박상숙(朴商淑, 1951~)은 대한민국의 조각가로, 인체와 생명을 주제로 한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해 온 예술가이다. 그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한국 현대 조각의 흐름 속에서 확고한 예술적 입지를 다졌다. 초기 작업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물질의 물성과 인간 정신의 내면을 결합하는 실험적 태도를 견지해 왔다.
박상숙의 초기 작품 세계는 주로 청동(Bronze)을 매체로 하여 인체의 볼륨감과 생명력을 탐구하는 데 집중되었다. 작가는 형상을 구체적으로 재현하기보다는 인체가 지닌 고유의 리듬과 운동성을 포착하여 조형적으로 재해석했다. 특히 인물의 표정이나 세부 묘사보다는 전체적인 양감과 곡선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이나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을 취했다.
1990년대를 지나며 박상숙의 작업은 보다 단순화되고 명상적인 성격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그녀는 '존재'와 '비움'이라는 철학적 화두를 던지며, 조각의 내부를 비우거나 형상을 길게 늘어뜨리는 등 공간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이러한 변화는 조각이 단순히 공간을 차지하는 덩어리가 아니라, 주변 환경 및 관객의 시선과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매개체임을 보여주었다.
작가의 예술적 시야는 인체를 넘어 자연과 동식물로도 확장되었다. 나무의 줄기, 동물의 뼈, 씨앗의 형태 등을 조형화하며 생명의 순환과 자연의 질서를 작품에 투영했다. 자연물과 인체를 결합하거나 대비시키는 연작을 통해 인간 또한 대자연의 일부임을 시사하며, 현대 사회에서 상실된 생태적 감수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박상숙은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국내외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으며,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수상 등을 통해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등 주요 미술 기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한국 현대 조각사에서 물질의 정신성을 탐구하고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든 중요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