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범

박기범은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난 대한민국의 아동문학가이자 평화운동가이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였으며, 한국 리얼리즘 동화의 계보를 잇는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소외되고 상처받은 어린이들의 삶을 사실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는 데 주력해 왔으며, 문학적 창작을 넘어 사회적 연대와 반전 평화 운동에도 직접 뛰어들어 행동해 온 실천적 지식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99년 창작과비평사에서 주관한 제5회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창작 부문 대상을 받으며 문단에 데뷔했다. 이때 출간된 첫 단편집 《문제아》는 가난, 결손 가정, 체벌, 노동 문제 등 한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날카롭게 담아내어 아동문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어른들의 편견과 사회적 구조에 의해 '문제아'로 낙인찍힌 아이들의 내면을 깊이 있게 묘사하며, 진정한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모순된 세상과 어른들의 억압적인 시선에 있음을 고발했다.

박기범의 행보는 단지 문학이라는 텍스트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전쟁을 막고 무고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한국 이라크 반전 평화팀'의 일원으로 분쟁 지역인 바그다드로 향했다. 전쟁의 참상을 현장에서 직접 겪으며 인간 방패 역할을 자처했던 그는, 이라크에서 마주한 끔찍한 현실과 평화에 대한 절실한 염원을 담아 여러 기록을 남겼다. 이러한 반전 운동과 실천적 삶의 궤적은 그의 문학이 지닌 진정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철저한 현장성과 삶의 직접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동화를 쓰기 위해 책상 앞의 상상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거나 철거민 등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며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이후 출간된 그림책 《어떤 결심》, 《미친 개》 등의 작품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으며, 폭력적이고 척박한 세상 속에서도 약자들이 굳건히 연대하여 희망을 지켜내는 과정을 힘 있는 문장으로 그려냈다.

한국 아동문학이 판타지나 가벼운 흥미 위주의 소재로 흐르는 경향 속에서도 박기범은 흔들림 없이 현실주의적 태도와 비판 의식을 견지해 온 작가이다. 삶과 문학, 그리고 사회적 실천이 일치해야 한다는 그의 굳은 신념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묵직한 성찰을 제공한다. 그는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허구를 짓는 작가를 넘어, 자신의 글과 행동으로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며 인간의 존엄과 평화의 가치를 역설하는 상징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