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模倣犯)은 일본의 추리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가 집필한 대표적인 장편 소설로, 현대 일본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치밀하게 묘사한 사회파 미스터리의 걸작이다.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잡지 『주간 포스트』에 연재되었으며, 2001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무차별적인 연쇄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범죄의 잔혹성뿐만 아니라 매스미디어의 속성과 대중의 관음증, 그리고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심도 있게 다룬다.
소설의 서사는 도쿄의 한 공원 쓰레기통에서 여성의 오른팔과 가방이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범인은 단순히 살인을 저지르는 데 그치지 않고,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생중계를 유도하거나 피해자 가족을 조롱하는 등 대담한 '극장형 범죄'를 저지른다. 범인은 매스컴을 자신의 범죄를 전시하는 무대로 활용하며 사회 전체를 공포와 혼란에 빠뜨린다. 이러한 전개는 범죄자가 영웅 심리에 도취하여 대중의 관심을 갈구하는 현대적 범죄의 양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작품은 총 3부로 구성되어 방대한 서사를 구축한다. 제1부에서는 사건의 발생과 수사 과정을 피해자 주변 인물들과 목격자의 시선에서 서술하며, 제2부에서는 범인들의 시점으로 넘어가 범죄의 모의 과정과 그들의 뒤틀린 내면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마지막 제3부에서는 사건의 종결 과정과 남겨진 사람들의 치유, 그리고 진정한 정의의 의미를 탐구한다. 이러한 구조적 특징은 독자로 하여금 단순한 범인 찾기를 넘어 범죄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파장을 다각도로 조망하게 한다.
『모방범』이 문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범죄를 소비하는 현대 사회의 병폐를 날카롭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범인의 비정상적인 심리뿐만 아니라, 자극적인 보도에 열을 올리는 언론과 타인의 비극을 유희로 소비하는 대중의 무책임함을 지적한다. 또한 소설 전반에 걸쳐 인간의 존엄성과 연대감을 강조하며, 범죄로 인해 파괴된 일상을 회복하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끈질긴 의지를 그려낸다.
이 작품은 출간 직후 일본 문학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특별상, 시바 료타로상, 예술선장 문부과학대신상 등 다수의 권위 있는 상을 석권했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로도 여러 차례 제작되며 대중적인 영향력을 증명했다. 미야베 미유키의 필력이 집대성된 이 소설은 오늘날까지도 현대 미스터리 소설의 고전이자 사회파 문학의 정수로 손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