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셸러(Max Scheler, 1874~1928)는 독일의 현상학자이자 철학자로, 20세기 초반 현대 철학의 지평을 넓힌 핵심적 인물이다. 그는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적 방법론을 계승하면서도 이를 윤리학, 가치론, 종교 철학, 인간학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여 독창적인 체계를 구축하였다. 특히 인간의 감정과 정서적 직관을 철학적 탐구의 중심으로 끌어들여, 이성 중심주의에 치우쳤던 근대 철학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하였다.
셸러 철학의 핵심은 '실질적 가치 윤리학'의 정립에 있다. 그는 이마누엘 칸트의 형식주의 윤리학이 가치의 구체적인 내용을 소홀히 했다고 비판하며, 가치는 주관적 감정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선험적인 실재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가치의 위계를 감각적 가치, 생명적 가치, 정신적 가치, 그리고 성스러운 가치의 네 단계로 체계화하였으며, 인간은 '사랑'과 '미움'이라는 정서적 작용을 통해 이러한 가치의 질서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보았다.
만년에 이르러 셸러는 '철학적 인간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하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였다. 저서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를 통해 그는 인간을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를 넘어선 '정신(Geist)'을 지닌 존재로 정의하였다. 그는 인간만이 세계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사물의 본질을 객관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세계 개방성'을 지닌다고 보았으며, 맹목적인 '생명 충동(Drang)'과 지향적인 '정신'의 상호작용을 통해 우주와 인간의 역사가 전개된다고 설명하였다.
셸러는 또한 지식사회학의 선구자로서 지식이 사회적 구조 및 집단의 이해관계와 맺는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데 기여하였다. 그의 사상은 실존주의, 현대 신학, 심리학 및 사회학 등 폭넓은 분야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비록 54세의 이른 나이로 생을 마감하여 구상했던 방대한 철학 체계를 완결하지는 못했으나,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과 가치 객관주의에 대한 그의 옹호는 오늘날까지도 현대 철학의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