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전(Legion), 본명 데이비드 찰스 할러(David Charles Haller)는 마블 코믹스의 엑스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프로페서 X인 찰스 자비에와 가브리엘 할러 사이에서 태어난 오메가 레벨 뮤턴트다. 리전의 가장 큰 특징은 수천 개에 달하는 다중인격이며, 이 현상은 해리성 정체감 장애(DID)의 극단적인 형태로 묘사된다. 어린 시절 겪은 테러 사건의 트라우마로 인해 그의 정신은 수많은 조각으로 분열되었으며, 각 인격은 데이비드가 가진 방대한 잠재력을 나누어 가짐으로써 고유의 초능력을 행사한다.
리전의 인격들은 단순히 심리적인 변화에 그치지 않고 각각 독립적인 자아와 외형을 지닌 존재로 묘사된다. 데이비드의 내면세계인 '마인드스케이프(Mindscape)' 안에서 이들은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며, 외부로 드러나는 인격이 누구냐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결정된다. 리전이 보유한 능력은 현실 조작, 텔레파시, 염력, 시간 여행, 화염 방사 등 사실상 무한에 가깝지만, 인격 간의 갈등으로 인해 이를 온전히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리전이 우주적 차원의 힘을 가진 강력한 존재임과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위험 요소가 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주요 인격으로는 초기에 정립된 제메일 카라미(Jemail Karami), 잭 웨인(Jack Wayne), 신디(Cyndi) 등이 있다. 제메일 카라미는 원래 데이비드의 정신에 흡수된 테러리스트의 의식으로 텔레파시 능력을 담당하며, 잭 웨인은 모험가 기질을 가진 인격으로 강력한 염력을 사용한다. 신디는 반항적인 성격의 소녀 인격으로 화염을 조종하는 능력을 지녔다. 이후 연재가 거듭되며 수천 개의 새로운 인격이 추가되었으며, 이들 중에는 데이비드 본인의 의지보다 훨씬 강력하거나 사악한 성향을 지닌 인격들도 존재하여 종종 전 우주적인 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리전의 서사는 본질적으로 분열된 자아를 통제하고 통합하려는 고통스러운 투쟁의 과정을 다룬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정신 내부에 인격들을 가두는 감옥을 설계하거나, 특정 장치를 통해 인격의 발현을 조절하려고 시도하지만 완벽한 통제는 번번이 실패한다. 특히 리전의 인격 중 하나가 과거로 돌아가 마그네토를 죽이려다 실수로 프로페서 X를 살해하면서 시작된 '에이지 오브 아포칼립스' 사건은 그의 불안정한 정신이 현실 세계에 끼칠 수 있는 파괴적인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결론적으로 리전의 다중인격은 슈퍼히어로 장르에서 정신 질환과 초월적인 힘의 상관관계를 탐구하는 독특한 설정이다. 그는 단순히 선이나 악으로 규정할 수 없는 인물로, 내면의 혼란이 곧 세계의 존망과 직결되는 비극적인 영웅이자 안티 히어로의 면모를 동시에 지닌다. 수많은 인격이 자아를 잠식하는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찾으려 애쓰는 리전의 모습은 인간 정신의 복잡성과 취약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