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슬란과 류드밀라'(Ruslan and Lyudmila)는 러시아의 시인이자 작가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1820년에 발표한 서사시이다. 이 작품은 푸시킨의 첫 번째 장편 시이자 그를 러시아 문학계의 중심 인물로 만든 출세작이다. 러시아 민담과 구전 설화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적 요소가 결합되어 있으며, 키예프 루시 시대를 배경으로 기사 루슬란이 납치된 공주 류드밀라를 구하기 위해 떠나는 모험을 다룬다.
이야기의 시작은 키예프의 대공 블라디미르의 딸 류드밀라와 기사 루슬란의 결혼 잔치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결혼 첫날밤, 사악한 마법사 체르노모르가 마법을 부려 류드밀라를 납치한다. 블라디미르 대공은 딸을 되찾아오는 자에게 그녀를 아내로 내주겠다는 약속을 내걸고, 루슬란을 포함해 그녀를 흠모하던 세 명의 경쟁자인 로그다이, 파를라프, 라트미르가 구출의 길에 오른다. 루슬란은 여정 중에 선한 마법사 핀의 조언을 듣고, 전쟁터에서 거대한 머리 형상의 거인을 만나 보검을 얻는 등 수많은 시련과 대결을 거친다.
이 작품은 당시 고전주의 문학의 엄격한 규범에서 벗어나 민중의 언어와 생생한 묘사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푸시킨은 러시아의 구전 전통인 '브일리나'(Bylina)의 형식을 차용하면서도 유럽적인 낭만주의 색채를 조화롭게 가미하여 독창적인 문체를 구축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마법, 비행, 신비로운 생물 등의 초자연적인 요소들은 독자들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하며 러시아적 정체성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기여했다.
'루슬란과 류드밀라'는 발표 당시 평단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너무 세속적이라거나 고전적인 격식이 부족하다는 보수적인 비판이 있었으나, 대중적으로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러시아 근대 문학의 서막을 열었다. 특히 서문에 추가된 '루코모리예에는 푸른 떡갈나무가 있고'로 시작하는 구절은 러시아 민담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평가받으며, 오늘날까지도 러시아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시구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작품을 통해 푸시킨은 러시아어의 문학적 가능성을 확장했다.
문화적 영향력 또한 지대하여 다양한 예술 분야로 확산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미하일 글린카가 작곡한 동명의 오페라(1842)이다. 이 오페라의 서곡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연주되는 명곡으로 자리 잡았으며, 원작의 환상적이고 역동적인 분위기를 음악적으로 재현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외에도 발레,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로 각색되어 오늘날까지도 러시아 문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고전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