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마리 브라운

로즈마리 브라운(Rosemary Brown, 1916-2001)은 영국의 영매이자 음악가로, 세상을 떠난 위대한 작곡가들의 영혼으로부터 새로운 음악을 전수받았다고 주장하여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런던 남부에서 태어난 그녀는 평범한 가사 노동자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였으나, 1960년대 중반부터 프란츠 리스트, 루트비히 반 베토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등 과거 거장들의 음악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그녀가 7세 무렵 리스트의 영혼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브라운은 정규 음악 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으며 피아노 연주 실력도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녀가 영매 활동을 통해 남긴 악보들은 해당 작곡가들의 고유한 스타일과 기법을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반영하고 있었다. 그녀는 작곡가들이 자신의 손을 직접 움직이게 하거나 한 음 한 음을 불러주는 방식으로 받아쓰기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전수된 곡은 400여 곡에 달하며, 여기에는 쇼팽, 슈베르트, 드뷔시, 그리그, 라흐마니노프 등의 화풍을 담은 피아노곡과 교향곡 초안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녀의 활동은 당시 음악계와 심리학계에 커다란 논란과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영국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리처드 로드니 베넷은 브라운이 전수받은 곡들 중 일부가 실제 거장들의 작품이라 해도 믿을 만큼 음악적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BBC 방송 등 여러 매체에 출연하여 직접 시연을 보이기도 했으며, 자신의 신비로운 경험을 상세히 기록한 저서 『미완성 교향곡(Unfinished Symphonies)』을 출간하여 대중적인 명성을 얻었다.

과학계와 회의론자들은 그녀의 주장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이들은 브라운의 능력이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그녀가 무의식중에 습득한 음악적 정보가 잠재의식을 통해 표출된 '잠재기억(Cryptomnesia)'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녀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발휘된 고도의 창의적 모방 능력이 작곡가들의 스타일을 재현한 것이라는 견해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녀를 직접 조사한 일부 학자들은 그녀의 음악적 배경이 그토록 복잡한 곡들을 써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로즈마리 브라운은 2001년 런던에서 사망할 때까지 자신의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그녀가 남긴 방대한 양의 악보와 기록은 사후에도 심령 연구와 음악 심리학 분야에서 흥미로운 연구 대상으로 남아 있다. 그녀의 사례는 인간의 창의성이 발현되는 경로와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믿음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게 만드는 독특한 문화적 기록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