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젠드라(네팔)

라젠드라 비크람 샤(Rajendra Bikram Shah, 1813~1881)는 네팔 샤 왕조의 제5대 국왕으로, 1816년부터 1847년까지 재위하였다. 그는 부왕인 기르반 유다 비크람 샤가 사망한 후 불과 3세의 나이로 왕위에 올랐다. 어린 왕을 대신하여 그의 할머니인 랄릿 트리푸라 순다리 여왕이 섭정을 맡았으며, 당시 네팔의 실권은 강력한 총리였던 빔센 타파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1832년 섭정 여왕이 사망한 이후 라젠드라는 직접 통치를 시도했으나, 네팔 궁정 내 귀족 가문들 사이의 치열한 권력 투쟁으로 인해 정국은 혼란에 빠졌다. 특히 타파 가문과 판데 가문 사이의 대립이 격화되었으며, 라젠드라 국왕 본인은 성격이 우유부단하여 이러한 갈등을 효과적으로 중재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왕권은 급격히 약화되었고, 궁정 내 음모와 숙청이 반복되면서 국가의 기강이 흔들렸다.

1846년, 네팔 근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인 '코트 학살(Kot Massacre)'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통해 경쟁자들을 대거 제거한 장 바하두르 쿤와르(이후 장 바하두르 라나)가 정권을 장악했다. 장 바하두르는 국왕의 권한을 무력화하고 자신을 종신 총리로 임명하게 하여 라나 가문의 세습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라젠드라 국왕은 실권을 완전히 상실하고 사실상 장 바하두르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되었다.

1847년 라젠드라는 권력을 되찾기 위해 인도의 바라나시로 떠나 군대를 조직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장 바하두르는 이를 빌미로 라젠드라를 강제 폐위시키고 그의 아들인 수렌드라 비크람 샤를 새로운 국왕으로 옹립했다. 네팔로 압송된 라젠드라는 박타푸르 등에 가택 연금되었으며, 1881년 사망할 때까지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된 채 여생을 보냈다. 그의 재위 기간은 샤 왕조가 명목상의 군주로 전락하고 라나 가문의 100년 독재가 시작된 시기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