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피는 미국의 애니메이션 황금기를 상징하는 캐릭터 중 하나로, 1943년 메트로-골드윈-메이어(MGM) 스튜디오의 애니메이터 텍스 에이버리에 의해 탄생했다. 첫 등장 작품은 '덤 하운디드(Dumb-Hounded)'이며, 외형적으로는 축 처진 눈과 볼을 가진 바셋 하운드 종을 모델로 한다. 드루피라는 이름 자체가 '축 처진' 또는 '의기소침한'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Droopy'에서 유래했을 만큼, 캐릭터의 전체적인 인상은 매우 무기력하고 슬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드루피의 가장 큰 매력은 겉모습과 상반되는 반전 능력에 있다. 그는 평소에 아주 느릿느릿하게 움직이고 단조로운 톤으로 말을 이어가지만, 위기 상황이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상대를 압도하는 괴력을 발휘하거나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신출귀몰한 능력을 보여준다. 특히 "나를 화나게 하지 마라(You know what? That makes me mad)"라는 대사 이후에 보여주는 강력한 응징은 드루피 시리즈의 핵심적인 재미 요소로 꼽힌다.
애니메이션 연출 측면에서 드루피는 텍스 에이버리 특유의 과장된 슬랩스틱 코미디를 가장 잘 구현한 캐릭터로 평가받는다. 악당이 아무리 멀리 도망치거나 숨어도 드루피는 이미 그곳에 도착해 무표정하게 기다리고 있는 연출이 반복되는데, 이는 관객들에게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한다. 이러한 '어디에나 존재하는 드루피' 설정은 캐릭터의 무적에 가까운 정체성을 확립시켰으며, 이후 수많은 애니메이션과 대중매체에서 오마주되었다.
주요 대립 관계에 있는 캐릭터로는 늑대(McWolf)와 불독인 스파이크가 있다. 드루피는 경찰, 탐정, 서부의 보안관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이들과 대결하며, 대부분의 에피소드에서 별다른 고생 없이 승리를 거둔다. 라이벌 캐릭터들이 드루피의 신출귀몰한 행동에 당황하며 기겁하는 표정 변화는 이 시리즈의 전형적인 시각적 즐거움 중 하나다.
드루피는 MGM 스튜디오의 전성기 이후에도 꾸준히 생명력을 이어갔다. 1990년대에는 '톰과 제리 키즈 쇼'의 스핀오프 형태로 등장하여 아들 드루플(Dripple)과 함께 활약하기도 했으며, 영화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등의 작품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드루피의 독특한 캐릭터성은 오늘날에도 고전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