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작(男爵)은 감자의 대표적인 품종 중 하나로, 학술적으로는 '아이리시 코블러(Irish Cobbler)'라는 명칭을 가진다. 한반도에서는 20세기 초반부터 재배되기 시작하여 오랫동안 대중적인 식재료로 자리 잡았으며, 품종명이 가진 독특한 유래와 특성으로 인해 농업사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품종의 명칭인 '남작'은 일본의 가와다 료키치(川田龍吉) 남작의 작위에서 유래했다. 가와다 남작은 1908년 영국과 미국에서 도입된 감자 종자를 자신의 농장에서 재배하여 보급하기 시작했다. 당시 사람들은 그가 보급한 감자를 '남작이 가져온 감자'라는 의미에서 '남작'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이것이 그대로 품종의 고유 명칭으로 굳어졌다.
남작은 형태적으로 둥글고 눈(芽)이 깊게 패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껍질은 얇고 황백색을 띠며, 속살은 흰색이다. 식물체 자체는 조생종에 해당하여 다른 품종에 비해 생육 기간이 짧고 기후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와 가뭄에 약하며 수확량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영양 및 조리 특성 면에서 남작은 전분 함량이 높은 '분질(粉質) 감자'로 분류된다. 가열했을 때 속살이 포슬포슬하게 부서지는 식감이 강하며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찌거나 구워 먹는 용도로 주로 사용되며, 매시드 포테이토나 감자 샐러드 등을 만들 때 적합하다. 반면 볶음이나 조림 요리 시에는 형태가 쉽게 뭉개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에는 1920년대에 도입되어 전국적으로 재배되었으며, 1970년대까지 국내 감자 재배 면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식량난 해결에 기여했다. 현재는 '수미'나 '두백'과 같은 새로운 품종들에 밀려 재배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으나, 특유의 식감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여전히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