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야 시키는 TYPE-MOON의 비주얼 노벨 '월희' 및 격투 게임 시리즈 '멜티 블러드'에 등장하는 캐릭터다. 본래 '월희'의 주인공인 토오노 시키의 본명이자, 그가 토오노 가문에 입양되기 전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작중에서는 주인공의 내면에 잠재된 살인귀로서의 본능이나 과거의 기억이 실체화된 모습으로 묘사되며, 평범한 학생인 토오노 시키와는 대조되는 냉혹하고 잔인한 성격이 특징이다.
나나야 가문은 초상능력을 가진 존재들을 사냥하는 퇴마 가문으로, 나나야 시키는 가문의 당주였던 나나야 키리로부터 암살술과 신체 제어 기술을 전수받았다. 그러나 나나야 가문이 토오노 마키히사에 의해 멸문당한 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그는 기억을 잃은 채 토오노 가문의 양자로 거두어졌다. 따라서 나나야 시키라는 존재는 주인공이 억눌러온 과거의 업보이자, 인간을 죽이는 데 최적화된 퇴마사의 혈통 그 자체를 의미한다.
격투 게임인 '멜티 블러드' 시리즈에서 나나야 시키는 주인공과 별개의 캐릭터로 등장한다. 여기에서의 그는 실제 존재하는 생존자가 아니라, 타타리(현상)에 의해 실체화된 주인공의 공포나 살인귀적 측면이 형상화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허구라고 자조하면서도 눈앞의 적을 말살하는 데 주저함이 없으며, "요령 있군(手령이 좋군)"과 같은 특유의 대사와 함께 서늘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나나야 시키의 전투 방식은 '직사의 마안'에 의존하는 토오노 시키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는 마안을 사용하는 대신, 나나야 가문 특유의 체술인 '나나야 체술'을 극치까지 활용한다. 벽을 타거나 천장에 붙는 등 입체적인 기동력을 선보이며, 단검인 '나나츠요루'를 이용한 변칙적이고 빠른 공격으로 상대를 압도한다. 이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반사 신경과 오로지 살인만을 위해 연마된 감각에 기반한다.
작품 내외적으로 나나야 시키는 주인공의 어두운 이면을 상징하는 안티 히어로적 성격으로 인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안경을 벗는 행위가 평범한 일상에서 비일상의 살인귀로 전환되는 상징적인 장치로 사용되며, 이는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단순한 적 캐릭터를 넘어, 주인공이 마주해야 할 본질적인 자아와 과거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상징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