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키시치도(五畿七道)는 고대 일본의 율령제 아래에서 정비된 광역 지방 행정 구역 제도이다. 이는 수도 인근 지역인 '고키(五畿)'와 전국을 일곱 방향으로 나눈 '시치도(七道)'를 합친 명칭이다. 당나라의 행정 구역 체계를 모방하여 아스카 시대와 나라 시대에 걸쳐 정립되었으며, 이는 단순한 행정 구역의 구분을 넘어 도로망을 중심으로 한 교통 체계의 핵심을 이루었다.
'고키'는 '기나이(畿內)'라고도 불리며, 천황이 거주하는 궁궐이 위치한 수도 주변의 다섯 개 구역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야마시로(山城), 야마토(大和), 가와치(河內), 이즈미(和泉), 셋쓰(攝津)를 포함한다. 이 지역들은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서 국가 행정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다른 지역에 비해 세제와 행정 면에서 특수성을 지녔다.
'시치도'는 수도에서 전국 각지로 뻗어 나가는 일곱 개의 간선 도로와 그 도로가 지나는 행정 구역을 의미한다. 동쪽으로 이어지는 도카이도(東海道)와 도산도(東山道), 북쪽의 호쿠리쿠도(北陸道), 서쪽 연안의 산요도(山陽道)와 산인도(山陰道), 남쪽 바다를 건너는 난카이도(南海道), 그리고 규슈 지역을 관할하는 사이카이도(西海道)로 구성된다. 각 도에는 역참이 설치되어 관리의 이동과 물자 수송, 정보 전달이 이루어졌다.
이 체제는 중앙 집권적인 통치 체제를 확립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조정은 각 도에 행정관을 파견하고 통신망을 정비함으로써 지방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고키시치도는 조세의 징수와 군사적 방어 체계 구축에 있어 기초적인 틀을 제공하였으며, 무사 정권 시대인 가마쿠라 막부와 에도 막부를 거치면서도 지리적 명칭과 지역 구분의 근간으로 지속되었다.
근대에 이르러 1869년 메이지 정부가 에조치를 개척하며 홋카이도(北海道)를 신설함에 따라 '고키하치도(五畿八道)'로 확장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1871년 폐번치현(廢藩置縣)이 실시되면서 전통적인 행정 구역으로서의 실질적인 기능은 상실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키시치도의 명칭은 오늘날에도 일본의 지리와 지역 구분, 그리고 교통 노선의 명칭에 큰 흔적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