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악(柯鎭惡)은 김용의 무협 소설 《사조영웅전》과 《신조협려》에 등장하는 인물로, 강남칠괴(江南七怪)의 수장이자 맏형이다. 별호는 '비천편복(飛天蝙蝠)'인데, 이는 그가 비록 눈이 멀었으나 박쥐처럼 예민한 청력을 지녀 허공을 자유롭게 비행하며 공격하는 무공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그는 강남 지역에서 명성이 높았던 의협으로, 형제들과 함께 신의와 의리를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전형적인 강호의 인물로 묘사된다.
가진악은 과거 '흑풍쌍살(黑風雙煞)'이라 불리는 진현풍, 매초풍과의 결투에서 두 눈을 잃고 형 가진행을 잃는 비극을 겪었다. 이 사건은 그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함께 흑풍쌍살에 대한 깊은 원한을 남겼다. 시력을 잃은 후 그는 소리에 의지해 사물을 파악하고 적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능력을 극대화하였으며, 주무기인 철지팡이를 휘둘러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또한 소형 무기인 독릉을 날리는 암기 술에도 능하다.
소설의 전개에서 가진악은 전진교의 구처기와 내기를 하여 충신 곽소천의 후손인 곽정을 찾아 나선다. 그는 다른 여섯 형제와 함께 척박한 몽골 초원을 십수 년간 헤매며 마침내 곽정을 찾아내고, 그를 제자로 삼아 무공과 유교적 정의감을 가르친다. 가진악은 곽정에게 무공의 기초뿐만 아니라 대협(大俠)으로서 갖추어야 할 강직한 성품과 도덕적 기준을 심어준 첫 번째 스승으로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의 성격은 매우 고집스럽고 융통성이 없으며, 한 번 옳다고 믿은 일은 절대 굽히지 않는 강직함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때로는 상황을 오해하여 곽정이나 주변 인물들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선과 악이 분명하고 의협심이 투철한 인물이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대의를 위해서라면 천하의 고수들에게도 서슴없이 지팡이를 휘두르는 기개는 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신조협려》 시대에 이르러 가진악은 강남칠괴 중 유일한 생존자로 남게 된다. 그는 도화도에서 곽정과 황용의 자녀들을 돌보며 노년을 보내는데, 젊은 시절의 날카로움은 다소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정의롭지 못한 일에는 불같이 화를 내는 면모를 유지한다. 그는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정파의 어른으로서 자리를 지키며, 강남칠괴의 정신적 지주이자 곽정 가문의 상징적인 원로로서 생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