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eros

제로스(Xellos)는 칸자카 하지메의 판타지 소설 및 애니메이션 시리즈 《슬레이어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이다. 작품 내에서 '수왕(Beast Master)' 제라스 메탈리움이 창조한 유일한 심복이자 수신관(Beast Priest)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다. 겉보기에는 보라색 단발머리에 항상 실눈을 하고 웃고 있는 젊은 신관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그 실체는 고위 마족이다. 마족 계급 내에서도 마왕의 5대 심복 바로 아래에 위치하며, 일반적인 마족들과 달리 수왕이 자신의 힘을 나누어 만든 유일한 개체이기 때문에 다른 심복들의 수하들보다 월등히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성격과 행동 양식은 "그건 비밀입니다"라는 상징적인 대사로 요약된다. 그는 주인공 리나 인버스 일행 주위를 맴돌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마족 전체의 계획이나 자신의 주인인 수왕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때문에 아군과 적군의 경계가 모호한 '트릭스터'의 역할을 수행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리나 일행을 냉정하게 이용하거나 방관하기도 한다. 이러한 능글맞고 속을 알 수 없는 태도는 그를 작품 내에서 가장 입체적이고 미스터리한 캐릭터로 만들었다.

전투 능력 측면에서 제로스는 세계관 내 최상위권의 강자로 묘사된다. 과거 강마전쟁 당시 단신으로 수천 마리의 골드 드래곤을 전멸시켰다는 전설적인 일화가 있으며, 이로 인해 드래곤들에게는 공포와 증오의 대상으로 각인되어 있다. 평소에는 마법을 난사하기보다 지팡이를 이용한 물리적인 공격이나 고속 이동을 주로 보여주지만, 본래의 힘을 개방하면 차원을 다루거나 강력한 어둠의 힘을 행사하여 상대를 압도한다. 인간 마법사 수준에서는 대적 자체가 불가능한 존재로 그려지며, 작중에서도 그를 능가하는 존재는 마왕이나 5대 심복, 혹은 그와 동급의 힘을 가진 신족 정도에 불과하다.

제로스는 《슬레이어즈》 시리즈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주제 의식을 심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단순한 권선징악의 구도를 벗어나, 목적을 위해서는 적대적인 종족과도 손을 잡는 마족의 합리적이고도 냉혹한 면모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절대악인 마족의 본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머러스한 행동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이러한 캐릭터성은 이후 판타지 장르의 마족 캐릭터 설정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90년대 서브컬처를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캐릭터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