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W 슬램보리(Slamboree) 2000은 월드 챔피언십 레슬링(WCW)이 개최한 여덟 번째 슬램보리 페이퍼뷰 이벤트다. 2000년 5월 7일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캠퍼 아레나에서 열렸으며, 당시 WCW는 빈스 루소와 에릭 비숍이 복귀하여 '뉴 블러드(New Blood)'와 '밀리어네어 클럽(Millionaire's Club)'의 대립 구도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각본 수정을 단행하던 시기였다. 이 대회는 화려한 대진과 거대한 구조물을 앞세웠으나, 경영난과 각본의 혼란 속에 치러진 과도기적 이벤트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다.
메인 이벤트는 WCW 월드 헤비웨이트 챔피언십을 두고 벌어진 '레디 투 럼블(Ready to Rumble)' 트리플 케이지 매치였다. 챔피언이었던 배우 데이비드 아퀘트와 다이아몬드 달라스 페이지(DDP), 그리고 제프 제럿이 맞붙었다. 이 경기는 3층 높이의 거대한 철장 구조물 위에서 진행되었으며, 당시 개봉한 영화 '레디 투 럼블'을 홍보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경기 도중 데이비드 아퀘트가 동료였던 DDP를 배신하고 제프 제럿의 승리를 도우며 제럿이 새로운 챔피언에 등극하는 결과가 발생했다.
베테랑들로 구성된 '밀리어네어 클럽'의 대표 주자 헐크 호건은 '뉴 블러드'의 신예 빌리 키드먼과 단판 승부를 벌였다. 에릭 비숍이 특별 심판을 맡아 호건을 지속적으로 방해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으나, 결국 호건이 승리를 거두며 베테랑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또한 스팅과 뱀파이로의 대결 역시 주요 경기 중 하나였으며, 뱀파이로가 스팅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자신의 기괴한 캐릭터성을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기타 대진으로는 스콧 스테이너와 캡틴 렉션의 US 챔피언십 경기, 테리 펑크와 노먼 스마일리의 하드코어 챔피언십 경기 등이 진행되었다. 특히 하드코어 경기는 당시 프로레슬링계의 트렌드였던 자극적이고 파괴적인 연출을 그대로 답습했다. 전반적으로 많은 경기가 짧은 시간 안에 배치되어 다소 어수선한 전개를 보였으며, 이는 당시 빈스 루소 체제 하의 WCW가 보여준 전형적인 연출 방식이었다.
슬램보리 2000은 시각적으로 압도적인 트리플 케이지 구조물을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문 레슬러가 아닌 배우 데이비드 아퀘트를 챔피언 전선에 투입한 무리한 각본으로 인해 팬들과 평론가들로부터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이는 WCW의 몰락을 가속화한 원인 중 하나로 자주 거론되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이 대회는 WCW가 재정적, 창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시도한 극단적인 실험 중 하나로 남았으며, 이듬해 WCW가 매각되면서 마지막 슬램보리 이벤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