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THE F∀UST)'는 일본의 출판사 고단샤(講談社)에서 발행했던 부정기 문예 잡지이자 문학 선집이다. 2003년 9월에 창간되었으며, 편집자 오타 가쓰시(太田克史)가 기획과 편집을 주도했다. 이 잡지는 기존의 기성 문학과 라이트 노벨의 경계를 허무는 '문예 서바이벌'을 표방하며 등장했다. 잡지명에 포함된 '∀' 기호는 수학에서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는 의미의 전칭 기호로, 모든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 잡지는 니시오 이신, 마이조 오타로, 사토 유야 등 이른바 '파우스트계'라고 불리는 젊은 작가들을 주축으로 하여 새로운 문학적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미스터리, SF, 판타지 등 장르 문학의 요소를 차용하면서도, 기존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 실험적인 문체와 서사 구조를 선보였다. 특히 나스 키노코, 용기사07과 같이 게임 및 비주얼 노벨 분야에서 활동하던 시나리오 작가들을 필진으로 영입하며 서브컬처와 문학의 결합을 본격화했다.
시각적인 연출 면에서도 기존 문예지와는 차별화된 시도를 보여주었다. 일러스트레이터의 비중을 대폭 높여 화려한 표지와 삽화를 삽입했으며, VOFAN, 우에다 하지메 등 개성 있는 아티스트들이 잡지의 시각적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책의 형태 또한 일반적인 단행본보다 두꺼운 이른바 '벽돌책' 스타일을 고수했는데, 이는 방대한 텍스트와 풍부한 시각 자료를 동시에 수용하기 위한 결과물이었다.
'파우스트'의 등장은 일본 문학계에 '캐릭터 소설'이라는 개념이 확산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는 2000년대 중반 일본의 서브컬처 문학 담론을 주도했으며, 장르 문학이 주류 문단과 교차하며 저변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잡지를 통해 소개된 작가들은 이후 일본 대중문학의 중심축으로 성장했으며, 이들의 작품 세계는 '세카이계' 등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핵심적인 문학적 키워드를 생산해냈다.
한국에서는 2006년부터 학산문화사를 통해 한국판 '파우스트'가 정식으로 번역 및 발행되었다. 한국판은 일본판의 핵심 콘텐츠를 소개하는 동시에, 한국 작가들의 창작 단편과 비평을 수록하며 독자적인 구성을 선보였다. 비록 한국판 또한 일본과 마찬가지로 부정기적인 발행 끝에 중단되었으나, 국내의 장르 소설 독자층과 서브컬처 커뮤니티에 깊은 인상을 남기며 한국형 장르 문학의 발전 가능성을 타진하는 실험적인 장으로서 기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