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고래(Orcinus orca)는 잇고래아과 참돌고래과에 속하는 고래로, 돌고래과 동물 중에서 몸집이 가장 크다. 전 세계 모든 바다에 분포하며 남극해와 북극해 같은 찬 바다를 선호하지만 열대 해역에서도 발견된다. 영어권에서는 '킬러 웨일(Killer Whale)'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과거 포경업자들이 다른 고래를 사냥하는 모습을 보고 붙인 이름이 와전된 것이다. 분류학적으로는 돌고래에 속하지만, 그 크기와 생태계 내 위치는 대형 고래에 못지않다.
외형적인 특징으로는 뚜렷한 흑백의 색상 대비를 들 수 있다. 등은 검은색이고 배 쪽은 흰색이며, 눈 바로 뒤에 흰색의 타원형 반점이 있다. 성체 수컷은 몸길이가 최대 9m, 몸무게가 6톤 이상에 달하며, 수직으로 곧게 뻗은 등지느러미는 높이가 1.8m까지 자란다. 반면 암컷은 수컷보다 크기가 작고 등지느러미가 뒤로 굽어 있는 형태를 띤다. 강력한 턱과 날카로운 원뿔형 이빨을 가지고 있어 먹잇감을 단단히 움켜쥐기에 적합하다.
범고래는 매우 복잡하고 긴밀한 모계 중심의 사회 구조를 형성한다. 무리는 보통 할머니 혹은 어머니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구성원 간의 유대감이 매우 강하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소리 체계를 사용하여 의사소통을 하는데, 무리마다 서로 다른 '방언'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소통 방식과 사냥 기술은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통해 세대 간에 전수되며, 이는 범고래 사회에 일종의 문화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해양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범고래는 천적이 존재하지 않는다. 식성은 무리가 서식하는 지역에 따라 전문화되어 있는데, 어떤 무리는 연어와 같은 어류만을 먹고, 어떤 무리는 물개, 바다사자, 심지어 다른 고래나 상어를 사냥하기도 한다. 사냥 시에는 무리 전체가 협력하여 고도의 전략을 구사한다. 예를 들어, 얼음 위에 있는 물개를 떨어뜨리기 위해 여러 마리가 동시에 헤엄쳐 파도를 일으키거나, 대형 고래를 지치게 만들어 질식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범고래의 지능은 동물계 전체를 통틀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뇌의 구조가 복잡하고 감정을 담당하는 영역이 발달해 있어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인식할 수 있다. 야생에서 인간을 선제 공격하는 사례는 거의 보고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인간과 협력하여 사냥하거나 위험에 처한 인간을 돕는 이례적인 행동이 관찰되기도 한다. 높은 지능과 사회성 때문에 수족관에서의 사육은 이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며, 이는 등지느러미가 휘어지거나 공격성이 발현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