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극어(Negative Polarity Item, NPI)는 주로 부정문이나 부정의 의미를 내포한 환경에서만 선택적으로 나타나는 단어나 표현을 의미한다. 언어학, 특히 통사론과 의미론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념으로, 긍정문에서는 사용이 제한되거나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어의 '아무도', '전혀', '결코'와 영어의 'any', 'ever' 등이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문장 내에 부정어(not, 안, 못 등)가 존재할 때 비로소 문법적으로 적절한 문장을 형성한다.
부정 극어가 문장에서 적절하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이를 허용하는 '인가자(licensor)'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인가자는 보통 부정어 '아니', '없다' 등이며, 부정 극어는 반드시 이 인가자의 영향권(scope) 내에 위치해야 한다. 이를 '인가 조건'이라고 하며, 인가자가 없거나 부정 극어가 인가자의 영향권 밖에 있을 경우 해당 문장은 비문법적인 문장이 된다. 예를 들어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성립하지만, 부정어 없는 "아무도 왔다"는 문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것이 이 때문이다.
부정 극어의 형성 원리에 대해서는 척도성(scalarity) 모델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부정 극어들이 어떤 척도상에서 가장 낮은 단계나 최소 단위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조금도', '한 명도'와 같은 표현은 수량의 최소치를 나타내며, 이 최소치조차 부정함으로써 전체를 강하게 부정하는 효과를 거둔다. 즉, 가장 낮은 가능성마저 배제함으로써 부정의 의미를 강조하는 수사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부정 극어는 그 성격에 따라 강한 부정 극어(Strong NPI)와 약한 부정 극어(Weak NPI)로 구분되기도 한다. 강한 부정 극어는 반드시 직접적인 부정문에서만 사용되는 반면, 약한 부정 극어는 의문문, 조건절, '거의 ~없는'과 같은 준부정어 환경 등 하향 함의적(downward entailing) 맥락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한국어의 경우 '전혀'는 비교적 강한 부정 환경을 요구하는 편이며, '아무' 계열의 단어들은 비교적 다양한 부정적 맥락에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부정 극어 연구는 인간 언어의 보편적인 논리 구조와 문법적 제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정 단어가 왜 특정 환경에서만 나타나는지에 대한 분석은 단어의 의미적 속성과 문장의 통사적 구조 사이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또한 언어마다 부정 극어가 나타나는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비교 연구함으로써 개별 언어의 특수성과 언어 보편성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