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식 파쇄 수류탄은 1931년(황기 2591년)에 일본 제국 육군이 채택한 세열 수류탄이다. 이 수류탄은 이전 모델인 10식 수류탄을 개선하여 제작되었으며, 보병이 손으로 던지는 용도뿐만 아니라 총류탄 발사기나 89식 중박격포(무릎 박격포)의 탄약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다목적 무기였다. 명칭의 '91'은 채택 당시의 일본 황기 연도 뒷자리에서 유래했다.
외형적인 특징으로는 주철로 제작된 원통형 몸체에 격자무늬의 홈이 파여 있는 이른바 '파인애플'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폭발 시 몸체가 조각나 파편이 효율적으로 비산되도록 의도된 설계였다. 수류탄 본체 하단에는 나사산이 있는 구멍이 있어, 발사기나 박격포에서 사용하기 위한 추진 장약 컵을 부착할 수 있었다. 보병이 수작업으로 투척할 때는 이 추진 장약 부분을 제거하고 사용했다.
작동 방식은 지연 신관 체계를 채택했다. 사용자는 먼저 안전핀을 뽑은 후, 수류탄 상단의 돌출된 공이를 헬멧이나 구두 굽, 바위 같은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신관을 활성화해야 했다. 91식 수류탄의 신관 지연 시간은 약 7~8초로 상당히 긴 편이었는데, 이는 발사기에서 발사되었을 때의 비행 시간을 고려한 설정이었다. 그러나 이 긴 지연 시간은 보병이 직접 던졌을 때 적군이 수류탄을 다시 집어 던질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는 치명적인 단점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후 97식 수류탄이 개발되었다. 97식은 91식에서 발사기용 기능을 제거하고 투척 전용으로 간소화하며 지연 시간을 4~5초로 단축한 모델이다. 하지만 91식 수류탄 역시 다목적 활용성 덕분에 전쟁 종결 시까지 보병의 투척용 무기 및 박격포용 탄약으로 병행 사용되었다. 91식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 전선과 중국 전선 등지에서 일본군의 주력 수류탄 중 하나로 운용되었다.
91식 수류탄은 하나의 무기로 여러 용도를 충족시키려 했던 당시 일본군의 설계 사상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실제 전장에서는 투박한 작동 방식과 신뢰성 문제, 그리고 상황에 맞지 않는 긴 지연 시간 등으로 인해 운용상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습한 정글 지역에서의 불발 문제와 공이를 직접 타격해야 하는 불편함은 사용자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1식은 일본 제국 육군의 화력 체계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장비로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