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4년은 서유럽 역사에서 중대한 전환점이 된 해이다. 프랑크 왕국의 국왕 카롤루스 1세(샤를마뉴)는 이탈리아 북부의 랑고바르드 왕국을 정복하고 스스로 '랑고바르드의 왕'을 칭하였다. 이 사건으로 랑고바르드 왕국의 마지막 왕 데시데리우스는 축출되었으며, 프랑크 왕국은 로마 교황청과의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며 서유럽의 새로운 패권국으로 부상하였다. 이는 훗날 서로마 제국의 부활로 이어지는 중요한 정치적 토대가 되었다.
한반도에서는 신라 제36대 혜공왕 재위 10년이 되는 해였다. 당시 신라는 무열왕계 직계 왕통의 권위가 흔들리며 진골 귀족들 간의 권력 투쟁이 본격화되던 시기였다. 특히 774년에는 귀족 세력의 대표 격인 김양상이 상대등에 임명되었는데, 이는 왕권이 점차 약화되고 귀족 중심의 정치가 강화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이러한 내부적인 갈등은 신라 하대의 혼란기를 예고하는 전조였다.
발해에서는 제3대 문왕 대흠무의 통치가 이어지고 있었다. 발해는 이 시기에 당나라와 안정적인 외교 관계를 유지하며 당의 선진적인 제도와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동시에 일본에 견발해사를 파견하여 경제적, 문화적 교류를 지속하는 등 동북아시아에서 독자적인 세력권을 형성하며 '해동성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었다.
중동 지역의 아바스 왕조는 제2대 칼리프 알 만수르의 치세 말기에 있었다. 알 만수르는 새로 건설한 수도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제국의 행정 체계를 완성하였으며, 이 시기 이슬람 제국은 동서 교역의 중심지로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다. 774년경의 아바스 왕조는 고대 그리스와 인도 등의 학문을 번역하고 수용하며 이슬람 황금기의 학술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었다.
영국에서는 머시아 왕국의 오파(Offa) 왕이 잉글랜드 남부 지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패권을 확립해 가던 시기였다. 그는 인근의 여러 소왕국을 복속시키며 스스로를 '잉글랜드인의 왕'으로 칭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훗날 잉글랜드가 하나의 왕국으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로 평가받는다. 전반적으로 774년은 세계 각지에서 강력한 중앙 집권적 통치자가 등장하거나 기존 체제가 재편되는 역동적인 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