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P62는 러시아에서 개발된 12.7×108mm 구경의 실험용 보병 휴대용 자동화기이다. 일반적인 돌격소총이나 경기관총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주로 거치형 중기관총이나 대물 저격총에 쓰이는 거대한 12.7mm 탄약을 서서 연발로 사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이질적인 무기이다. 무기의 독특한 성격상 대물 돌격소총(Anti-materiel assault rifle) 혹은 휴대용 대구경 자동화기로 분류된다.
이 화기의 주된 개발 목적은 특수부대 등이 직접 휴대하고 다니며 적의 경장갑차량, 저공 비행하는 헬리콥터, 두꺼운 엄폐물 뒤에 숨은 적 보병 등을 신속하게 무력화하는 데 있었다. 12.7mm 탄약은 보병용 방탄복은 물론이고 웬만한 시가지의 벽돌벽이나 경장갑차량의 외부 장갑을 관통할 수 있는 강력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6P62는 이러한 압도적인 대물 화력을 보병 1인이 직접 들고 다니며 근거리 및 중거리에서 쏟아부을 수 있는 전술적 개념을 실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6P62의 설계 및 외형적 특징은 12.7mm 탄약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반동을 보병 단위에서 제어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총구 앞부분에는 발사 가스를 양옆과 뒤로 뿜어내어 반동을 크게 상쇄시키는 거대한 소염제퇴기(Muzzle brake)가 장착되어 있으며, 엎드려 쏴 자세에서의 안정을 위해 양각대가 기본적으로 부착되어 있다. 급탄 방식은 14발이 들어가는 일자형 박스 탄창을 사용하며, 단발 및 자동(연발) 사격 모드를 모두 지원한다. 탄창을 결합한 상태의 총기 무게는 약 15kg에 달해 보병용 소화기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무거운 편이다.
그러나 6P62는 실전 운용 및 실용성 면에서 심각한 설계상 한계를 노출했다. 12.7mm 탄약을 보병이 직접 연발로 사격할 경우, 아무리 무거운 총기 무게와 대형 제퇴기를 적용했더라도 반동을 온전히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연발 사격 시 총구가 요동쳐 명중률이 극도로 떨어지며, 사수에게 가해지는 육체적 충격과 엄청난 총성, 그리고 총구 화염은 사수의 전투력을 저하시키고 위치를 쉽게 노출시킨다. 더불어 무거운 탄약 탓에 장탄수가 14발에 불과하여 자동화기임에도 지속 사격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모순을 안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6P62는 이러한 치명적인 단점들과 운용상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러시아 정규군이나 특수부대에 정식으로 제식 채택되지 못했다. 양산되지 않은 채 극소수의 시제품만 제작되어 테스트를 거친 후 프로젝트가 사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 총기 역사에서 이 무기는 화력의 극대화라는 하나의 목적에만 집중한 나머지, 보병 휴대용 화기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무게, 반동 제어, 휴대성 등의 균형을 상실한 대표적인 실험작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