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알파-환원효소 결핍증은 상염색체 열성 형질로 유전되는 희귀한 성분화 이상 질환이다. 이 질환은 2형 5알파-환원효소를 암호화하는 SRD5A2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며, 남성 호르몬 대사 과정에 결정적인 결함을 초래한다. 유전적으로는 46,XY 핵형을 가진 남성이지만, 효소 결핍으로 인해 태아기 및 유아기에 적절한 남성화를 거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질환의 핵심 기전은 테스토스테론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데 있다. 5알파-환원효소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보다 강력한 활성 형태인 DHT로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테스토스테론은 태아기 내부 생식기인 정관, 사정관, 정낭 등의 발달을 담당하지만, 외부 생식기인 음경과 음낭의 형성 및 전립선의 발달에는 DHT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 효소가 부족하면 유전적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외부 생식기가 여성에 가깝거나 모호한 형태로 발달하게 된다.
출생 시 환자의 외형적 성별은 흔히 여성으로 판단되거나 남녀 구분이 모호한 상태로 나타난다. 많은 경우 질 주머니가 존재하고 음핵이 비대해진 형태를 보이며, 고환은 복강 내에 있거나 서혜부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어린 시절에는 여아로 양육되는 경우가 많으나, 자궁이나 난소 같은 여성 생식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고환에서 분비되는 뮐러관 억제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작용하여 여성 내부 생식기의 발달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신체적 전환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극적으로 나타난다. 사춘기가 되면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급증하는데, 비록 DHT는 부족하지만 고농도의 테스토스테론 자체가 남성화를 유도한다. 이 시기에 음핵처럼 보였던 기관이 음경으로 길어지고 고환이 음낭으로 하강하며, 근육 발달과 변성기 등 남성적인 2차 성징이 뚜렷해진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과거 일부 지역에서는 '12살에 생긴 음경'이라는 의미의 속어로 불리기도 했다.
임상적 진단은 혈중 테스토스테론과 DHT의 비율을 측정하거나 SRD5A2 유전자의 변이 여부를 확인하여 이루어진다. 치료 및 관리는 환자의 성 정체성 확립 시기와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춘기 이후 남성으로 살아가기로 선택한 경우 수술적 교정을 통해 생식기 기능을 보완할 수 있으며, 불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나 보조 생식 기술을 통한 자녀 출산 가능성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