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식(五識)
5식(五識)은 불교의 심식(心識) 이론, 특히 유식학(唯識學)에서 인간의 마음 작용을 여덟 가지로 분류한 8식(八識) 중 앞의 다섯 가지 식을 통칭하는 용어다. 이를 전5식(前五識)이라고도 부르며, 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으로 구성된다. 이는 현대 심리학이나 생리학에서 말하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감각 인지 작용과 대응되는 개념으로, 외부의 대상을 감각 기관을 통해 일차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작용을 의미한다.
5식의 각 요소는 감각 기관인 5근(五根)과 감각 대상인 5경(五境)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한다. 안식은 눈(안근)을 통해 색과 형태(색경)를 인식하고, 이식은 귀(이근)를 통해 소리(성경)를 듣는다. 비식은 코(비근)를 통해 냄새(향경)를 맡고, 설식은 혀(설근)를 통해 맛(미경)을 느끼며, 신식은 몸(신근)을 통해 닿는 감촉(촉경)을 감지한다. 유식학에서는 이러한 5식이 단독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심층 의식인 제8 아뢰야식(阿賴耶識)에 저장된 종자가 발현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본다.
5식의 가장 큰 특징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감지하는 현량(現量)의 작용을 한다는 점이다. 5식은 사물의 구체적인 모습이나 성질(자상, 自相)만을 파악할 뿐, 그것이 무엇인지 이름을 붙이거나 좋고 싫음을 판단하는 분별 작용은 하지 않는다. 대상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추론하며 언어화하는 작용은 제6식인 의식(意識)의 영역이다. 따라서 5식은 제6식의 도움이 없으면 대상을 인식하더라도 그 의미를 확정할 수 없으며, 항상 제6식과 동시에 작용하여 인식 과정을 형성한다.
또한 5식은 현재의 순간에만 작용한다는 시간적 한계를 가진다. 제6식인 의식이 과거를 회상하거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것과 달리, 5식은 감각 기관과 대상이 접촉하는 바로 그 순간(현재)에만 일어난다. 예를 들어 눈을 감으면 안식이 사라지는 것처럼, 5식은 조건이 갖춰질 때만 찰나적으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생멸(生滅)의 마음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5식은 번뇌나 감정에 직접적으로 물들기보다는, 대상을 받아들이는 통로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수행론적 관점에서 5식은 깨달음을 통해 지혜로 전환되어야 할 대상이다. 유식학에서는 수행을 통해 번뇌가 소멸되면 8식의 성질이 바뀌어 네 가지 지혜(사지, 四智)를 이룬다고 설명한다. 이때 5식은 성소작지(成所作智)로 전환된다. 성소작지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필요한 감각적 능력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해야 할 일을 성취하는 지혜를 뜻한다. 즉, 범부의 5식은 욕망과 집착에 의해 대상을 왜곡하여 받아들일 수 있지만, 깨달은 자의 5식은 중생을 돕기 위해 감각 기관을 완전하고 청정하게 사용하는 지혜의 작용으로 승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