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년

406년은 서기 406번째 해이며, 5세기의 여섯 번째 해이다. 육십갑자로는 병오년(丙午年)에 해당한다. 이 시기 동양은 한반도의 삼국시대와 중국의 5호 16국 시대가 전개되고 있었으며, 서양에서는 서로마 제국이 게르만족의 대이동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세계사적으로 고대 말기의 지정학적 변동이 가속화되던 시점으로 평가받는다.

한반도의 역사에서 406년은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각기 다른 내부 상황을 맞이한 해였다. 신라는 실성 마립간 재위 5년에 해당하는데,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따르면 그해 봄과 여름에 극심한 가뭄이 들어 백성들이 굶주림에 시달렸다. 이에 왕이 죄수들을 사면하고 곡식 창고를 열어 백성들을 구제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백제는 전지왕 재위 2년 차로, 전년도에 즉위한 전지왕이 왕권을 안정시키고 중국의 동진(東晉)에 사신을 보내 조공하며 국제적인 승인을 받으려 노력했던 시기이다. 고구려는 광개토대왕 재위 16년으로, 활발한 정복 전쟁을 통해 영토를 확장하고 내실을 다지던 때였다.

유럽 역사, 특히 서로마 제국의 몰락 과정에서 406년은 되돌릴 수 없는 분기점이 된 해로 기록된다. 전통적인 연대기에 따르면 그해 12월 31일, 기록적인 한파로 라인강이 얼어붙자 반달족, 알란족, 수에비족으로 구성된 대규모 게르만 부족 연합이 강을 건너 로마 제국의 영토인 갈리아(오늘날의 프랑스 지역)로 침입했다. 이 '라인강 도하' 사건으로 인해 로마의 북방 국경 방어선이 붕괴되었으며, 로마군은 이들을 효과적으로 저지하지 못했다. 이는 서로마 제국의 국경 통제력이 상실되었음을 의미하며 제국의 멸망을 앞당기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같은 해 이탈리아 본토에서는 서로마 제국의 장군 스틸리코가 피에솔레 전투에서 라다가이수스가 이끄는 고트족 대군을 격파하며 제국을 일시적으로 위기에서 구해냈다. 그러나 스틸리코가 이탈리아 방어에 집중하는 사이 라인강 방어선이 뚫리면서 제국의 전략적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한편, 동로마 제국(비잔티움 제국)은 아르카디우스 황제의 통치 하에 있었으며, 서로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중국은 동진의 안제 의희(義熙) 2년에 해당하며, 북중국 지역은 5호 16국 시대의 혼란이 지속되었다. 당시 후진(後秦)의 지배자 요흥은 불교를 적극적으로 장려했는데, 서역 출신의 승려 구마라습(쿠마라지바)이 장안에 머물며 불경 번역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던 시기가 바로 이때이다. 구마라습의 역경 활동은 대승 불교가 동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정착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또한 중국 회화사에서 중요한 인물인 고개지가 이 무렵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