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73 mm

30×173 mm는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의 표준 중기관포 탄약 규격 중 하나이다. 스위스의 오를리콘 사(현재 라인메탈 에어 디펜스)에서 개발한 KCB 기관포용 탄약을 기반으로 발전하였으며, 강력한 화력과 우수한 탄도 성능을 갖추고 있어 항공기, 함정, 지상 전투 차량(IFV) 등 다양한 플랫폼의 주무장으로 활용된다. 탄두의 구경은 30mm이고 탄피의 길이가 173mm인 것에서 유래하여 30×173 mm로 명명되었다.

이 탄약은 흔히 혼동되는 30×113 mm 탄약(AH-64 아파치의 M230 체인건이나 라팔 전투기의 30M791 등에 사용됨)과는 체급과 위력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30×173 mm는 탄피의 용적이 훨씬 크고 길어 장약을 다량으로 충전할 수 있기 때문에 포구 초속이 매우 빠르고 유효 사거리가 길다. 이에 따라 운동 에너지가 월등히 높아 단순한 대인 및 연성 표적 제압을 넘어, 적 경전차나 장갑차량의 장갑을 관통하거나 원거리의 공중 표적을 요격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30×173 mm 탄약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무기 체계로는 미 공군 A-10 썬더볼트 II 공격기의 상징과도 같은 GAU-8/A 어벤저 개틀링 기관포가 있다. 지상 장비로는 서방권 보병전투차량의 표준 무장으로 자리 잡은 노스롭 그루먼의 Mk44 부시마스터 II와 독일의 마우저 MK 30 기관포가 있으며, 해상 장비로는 네덜란드 탈레스 사가 개발한 근접 방어 무기 체계(CIWS)인 골키퍼(Goalkeeper)와 SGE-30 골키퍼의 기반이 된 GAU-8을 탑재한 각종 함정용 포탑이 있다. 한국군 또한 해군 함정의 골키퍼 CIWS와 공군의 A-10(주한미군) 등을 통해 해당 규격의 탄약을 직간접적으로 운용하거나 접하고 있다.

운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탄종이 사용된다. 기본적인 고폭소이탄(HEI) 외에도, 적의 기갑 전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철갑소이탄(API)과 날개안정분리철갑탄(APFSDS)이 널리 쓰인다. 특히 A-10 공격기에서 주로 운용되었던 PGU-14/B 철갑소이탄은 탄자에 열화우라늄을 사용하여 전차의 상부 장갑을 관통할 수 있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신관 시한을 설정하여 참호나 벽 뒤에 숨은 적 상공에서 폭발시키는 공중폭발탄(ABM, 예: Mk310 PABM)도 개발되어 Mk44 부시마스터 II 등의 플랫폼에서 운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현대 전장에서 30×173 mm는 20mm나 25mm 구경의 화력 부족을 해결하고 40mm 이상의 대구경 포보다는 높은 연사력을 제공하는 핵심적인 화력 체계로 평가받는다. 현대 보병전투차량들의 방호력이 강화됨에 따라 기존의 소구경 탄약으로는 제압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30×173 mm의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은 적 장갑차를 격파하기 위한 표준적인 화력 수단으로 간주된다. 비록 차세대 장갑차량을 위해 40mm나 50mm로 구경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나, 검증된 신뢰성과 다양한 탄종, 그리고 수많은 운용 플랫폼 덕분에 여전히 서방권 군대의 주력 중기관포 탄약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