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한국 가요계는 1세대 아이돌 그룹의 전성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였다. SM엔터테인먼트의 H.O.T.는 2집 'Wolf and Sheep'과 '행복', 'We Are the Future'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10대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대항하여 대성기획(현 DSP미디어)에서 젝스키스가 데뷔하며 가요계는 대형 팬덤 간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아이돌 열풍은 기획사 중심의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가요계의 주류로 확고히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여성 가수들의 활약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 한 해였다. 1997년 말 데뷔한 S.E.S.는 'I'm Your Girl'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본격적인 걸그룹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솔로 가수 중에서는 엄정화가 '배반의 장미'를 통해 독보적인 무대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정상급 가수로 도약했고, 신인 양파는 '애송이의 사랑'으로 데뷔와 동시에 음원 차트를 휩쓸며 R&B 발라드의 유행을 이끌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장르와 컨셉으로 음악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힙합과 댄스 음악의 대중화도 가속화되었다. 션과 지누로 구성된 지누션은 '말해줘'를 통해 힙합을 대중 친화적인 장르로 변모시키며 큰 인기를 얻었고, 터보는 'Goodbye Yesterday'와 '회상' 등의 곡으로 댄스 그룹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발라드와 록 장르에서는 임창정이 '그때 또 다시'와 '결혼해줘'로 가요 시상식의 대상을 석권하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으며, 김경호는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로 록 발라드의 대중적 흥행을 성공시켰다.
1997년은 가요계의 양적 성장과 경제적 위기가 교차하는 시점이기도 했다. 음반 판매량이 수십만 장에서 백만 장을 상회하는 밀리언셀러가 속출하며 시장 규모가 정점에 달했다. 그러나 연말에 발생한 IMF 외환위기는 가요 산업 전반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급격한 경기 위축으로 인해 음반 소비가 둔화되기 시작했고, 방송사들은 제작비 절감을 위해 화려한 쇼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등 가요계의 지형도가 변화하는 변곡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