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 FIFA 월드컵 미국

1994년 FIFA 월드컵은 미국에서 개최된 제15회 월드컵 대회다. 1994년 6월 17일부터 7월 17일까지 진행되었으며, 유럽이나 남미가 아닌 북중미 지역에서 열린 첫 번째 월드컵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축구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미국에서 개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회는 총 관중 수 약 358만 명, 경기당 평균 관중 약 6만 9천 명을 기록하며 역대 월드컵 사상 최다 관중 동원 기록을 세웠다. 총 24개국이 본선에 진출하여 미국 전역의 9개 도시에서 경합을 벌였다.

대회의 우승은 브라질이 차지했다. 브라질은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전후반과 연장전까지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으나, 월드컵 사상 최초로 시행된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3-2로 승리하며 통산 4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당시 이탈리아의 마지막 키커였던 로베르토 바조가 찬 공이 골대 위로 높게 솟구치며 실축하는 장면은 월드컵 역사상 가장 극적인 순간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브라질의 호마리우는 대회 최우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수상하며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이 대회는 유독 충격적인 사건들이 많았던 대회로도 기억된다.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선수 디에고 마라도나는 조별리그 도중 실시된 도핑 테스트에서 에페드린 양성 반응이 나와 대회 도중 퇴출당하며 사실상 국가대표 경력을 마감했다. 또한 콜롬비아의 수비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는 미국과의 경기에서 자책골을 기록한 후, 팀이 탈락하여 귀국한 뒤 괴한의 총격에 살해당하는 비극을 겪었다. 이 사건은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으며 스포츠의 비극적인 단면으로 회자된다.

대한민국은 1986년, 1990년에 이어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조별리그 C조에 속했던 대한민국은 스페인과의 1차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서정원의 동점 골로 2-2 무승부를 거두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볼리비아와의 2차전에서는 0-0 무승부를 기록했고, 마지막 독일과의 경기에서는 전반에만 3골을 허용했으나 후반에 황선홍과 홍명보의 연속 골로 2-3까지 추격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비록 2무 1패로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발휘하며 역대 최고의 경기력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았다.

1994년 월드컵은 축구 규칙과 제도 면에서도 여러 변화가 도입된 대회였다. 공격적인 축구를 장려하기 위해 조별리그 승리 시 승점을 기존 2점에서 3점으로 상향 조정하여 처음 적용한 대회였다. 또한 골키퍼에게 백패스를 할 경우 손으로 잡을 수 없게 한 규정이 강화되어 경기의 템포가 빨라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 대회의 상업적 성공과 흥행은 이후 미국 내 프로 축구 리그인 메이저 리그 사커(MLS)가 창설되는 발판이 되었으며, 축구가 전 지구적인 스포츠로 확고히 자리 잡는 데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