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4년은 17세기 초반의 해로, 동양과 서양 모두에서 역사적 전환점과 중요한 자연 현상이 기록된 시기이다. 특히 천문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해인데, 10월에 뱀주인자리에서 초신성이 관측되었다. 이 초신성은 요하네스 케플러가 상세히 관측하여 기록을 남겼기 때문에 '케플러 초신성'이라 불리며, 인류 역사상 우리 은하 내에서 육안으로 관측된 마지막 초신성으로 기록되어 있다. 당시 케플러는 이 현상을 통해 천체의 불변성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뒤흔드는 과학적 데이터를 축적하였다.
조선 왕조에서는 선조 37년에 해당하며, 임진왜란 이후의 전후 복구와 외교 관계의 재설정이 주요 과제였다. 이 해에 조선 조정은 임진왜란 당시 공을 세운 이들을 기리기 위해 선무공신(宣武功臣)과 호성공신(扈聖功臣)을 공식적으로 책봉하였다. 이순신, 권율, 원균 등이 선무공신으로 정해졌으며, 왕을 의주까지 수행하며 보호한 신하들은 호성공신으로 예우받았다. 또한, 승려 사명대사(유정)가 일본에 사신으로 파견되어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강화를 논의하고 전란 중에 끌려갔던 조선인 포로 3,000여 명을 송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유럽에서는 장기간 지속된 전쟁의 종결과 새로운 정치적 질서의 기틀이 마련되었다. 잉글랜드와 스페인 사이의 해상 패권 다툼이었던 앵글로-스페인 전쟁이 런던 조약 체결을 통해 공식적으로 종료되었다. 이 조약은 1585년부터 이어진 양국 간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평화 국면을 조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잉글랜드의 제임스 1세는 자신을 '그레이트브리튼의 국왕'으로 선포하며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연합을 공고히 하려 시도하였고, 킹 제임스 성경 편찬의 단초가 된 햄프턴 코트 회의를 소집하였다.
문화와 탐험 분야에서도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 프랑스는 북미 대륙의 아카디아 지역에 정착촌을 건설하며 본격적인 식민 지배의 발판을 마련하였고, 동남아시아에서는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향료 무역을 장악하기 위해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문학계에서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가 런던의 화이트홀 궁전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또한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 제1권이 출판 허가를 받고 인쇄를 준비하던 시기이기도 하여, 근대 문학의 서막을 알리는 징후들이 나타났다.
종합적으로 1604년은 중세적 가치관이 서서히 해체되고 근대적 질서가 태동하던 격변의 시기였다. 동아시아에서는 전후 질서 재편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결실을 보았고, 서구에서는 신대륙 탐험과 과학적 발견, 그리고 중앙 집권적 국가 체제의 정비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이 해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이후 17세기의 정치, 경제, 문화적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