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5년

1405년은 15세기의 다섯 번째 해이며, 율리우스력으로 목요일에 시작하는 평년이다. 동양의 간지로는 을유년(乙酉年) 닭띠 해에 해당한다. 이 해는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 시기로 기록된다. 조선은 한양으로의 재천도를 단행하여 국가의 기틀을 다졌고, 명나라는 대규모 해상 원정을 시작했으며, 중앙아시아의 패자 티무르 제국은 황제의 죽음으로 급격한 정세 변화를 맞이했다.

조선 태종 5년에 해당하는 이 해의 가장 중요한 사건은 수도의 한양 재천도와 창덕궁의 완공이다. 제1차, 2차 왕자의 난 이후 정종 때 개경으로 환도했던 조선 조정은 태종의 주도로 다시 한양으로 복귀했다. 이때 경복궁의 동쪽에 새로운 궁궐인 창덕궁이 완공되어 태종이 입거했다. 이는 조선 왕조가 한양을 영구적인 도읍으로 확정 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창덕궁은 이후 조선의 법궁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공간이 되었다. 또한 태종은 왕권 강화를 위해 제도를 정비하고 대외적으로 명나라와의 관계를 안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중국 명나라에서는 영락제 3년이었으며, 세계 해양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정화의 제1차 대원정이 시작된 해이다. 영락제의 명을 받은 환관 정화는 6월경, 60척 이상의 대형 보선과 2만 7천여 명의 승무원을 이끌고 쑤저우에서 출항했다. 이 거대한 선단은 참파(베트남 중부), 자바, 말라카, 캘리컷(인도) 등을 거치며 명나라의 국력을 과시하고 조공 질서를 확립했다. 이는 중국 중심의 세계관이 해양으로 확장된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중앙아시아에서는 대제국을 건설했던 티무르가 사망하면서 역사의 흐름이 바뀌었다. 명나라를 정복하기 위해 대군을 이끌고 원정을 떠났던 티무르는 2월, 현재의 카자흐스탄 지역인 오트라르에서 병사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명나라 원정 계획은 전면 취소되었고, 티무르 제국은 강력한 구심점을 잃고 후계자 다툼과 내분으로 치달았다. 이는 명나라가 북방과 서방의 위협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는 간접적인 요인이 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백년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탈리아 반도의 정세 변화와 초기 르네상스의 움직임이 있었다. 베네치아 공화국은 베로나와 파도바를 점령하며 이탈리아 본토로 세력을 크게 확장했다. 문화적으로는 프랑스의 작가 크리스틴 드 피장이 여성의 지위와 교육을 옹호하는 서적인 『세 숙녀의 도시(The Book of the City of Ladies)』를 집필했다. 이는 중세 유럽 문학에서 여성이 주체가 되어 저술한 초기 페미니즘적 저작으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