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9년

1329년은 14세기의 해로, 율리우스력으로 월요일에 시작하는 평년이다. 육십갑자로는 기사년(己巳年)에 해당하며 뱀띠 해이다. 한국사에서는 고려 충숙왕 16년이며, 중국사에서는 원나라 문종 천력(天曆) 2년, 일본사에서는 가랴쿠(嘉暦) 4년 혹은 겐토쿠(元徳) 원년에 해당한다. 이 시기는 동아시아에서 원나라 황실의 권력 투쟁이 극에 달해 주변국에 파장을 미쳤으며, 유럽에서는 스코틀랜드 왕위 계승과 종교적 논쟁이 주요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동아시아, 특히 원나라에서는 황위 계승을 둘러싼 격변이 일어났다. 전해인 1328년 류큐의 난을 통해 즉위했던 원 문종(투그 테무르)은 1329년 형인 명종(쿠살라)에게 제위를 양보하고 황태자가 되었다. 명종은 몽골 고원에서 즉위식을 올리고 대도(베이징)로 향했으나, 문종과 만난 지 4일 만인 8월에 의문의 급사를 맞이했다. 이에 문종이 다시 복위하게 되었는데, 역사학계에서는 이를 당시 실권자였던 엘 테무르에 의한 독살로 추정한다. 이 사건은 원나라 후기의 정치적 불안정을 가속화했으며, 원의 간섭을 받고 있던 고려의 정세에도 상당한 외교적 부담을 주었다.

유럽 역사에서는 스코틀랜드 독립 전쟁의 영웅인 로버트 1세(로버트 더 브루스)가 6월 7일에 사망한 해로 중요하다. 그는 잉글랜드로부터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확립한 인물로, 그가 사망하자 그의 어린 아들인 데이비드 2세가 왕위를 계승하였다. 데이비드 2세의 즉위 초기에는 어린 나이로 인해 섭정 정치가 이루어졌으며, 잉글랜드와의 갈등이 재점화될 불씨를 안고 있었다. 또한 덴마크에서는 발데마르 3세가 폐위되고 크리스토퍼 2세가 덴마크의 국왕으로 복위하는 정치적 변동이 있었다.

종교사적으로는 아비뇽 유수 시기의 교황 요한 22세가 중요한 결정을 내린 해이다. 3월 27일, 요한 22세는 교서 《주님의 밭에서(In agro dominico)》를 반포하여 독일의 저명한 신비주의 신학자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가르침 중 일부를 이단으로 단죄했다. 에크하르트는 이미 교서 반포 전에 사망했으나, 이 사건은 중세 가톨릭교회가 정통 교리를 수호하기 위해 신비주의 사상을 어떻게 통제하려 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문화 및 기타 인물사와 관련하여, 이탈리아 베로나의 통치자이자 단테 알리기에리의 후원자로 잘 알려진 칸 그란데 1세 델라 스칼라가 사망한 해이기도 하다. 그는 베로나를 이탈리아 북부의 강력한 도시 국가로 성장시켰으나 트레비소를 정복한 직후 급사하였다. 한편 고려에서는 충숙왕이 원나라에 입조하여 머물고 있었으며, 원나라 황실의 잦은 교체로 인해 고려 조정은 복잡한 대원 외교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