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4년

1034년은 고려 제9대 국왕 덕종이 서거하고 제10대 국왕 정종이 즉위한 해이다. 덕종은 재위 기간 중 거란에 대한 강경책을 고수하며 국경 지대에 천리장성을 축조하기 시작했으나, 재위 3년 만인 1034년 10월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 뒤를 이어 덕종의 동생인 평양공 왕형이 왕위에 올랐는데, 이가 곧 정종이다. 정종은 즉위 후 형인 덕종의 유지를 받들어 북방 방어 체제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였으며, 고려 내부의 통치 체제를 정비하는 데 힘을 쏟았다.

동아시아의 국제 정세 측면에서 1034년은 송나라와 요나라, 그리고 서하 사이의 긴장이 지속되던 시기였다. 송나라에서는 인종이 재위하며 문치주의를 바탕으로 국가의 기틀을 다지고 있었으나, 서방에서 세력을 확장하던 서하가 송의 국경을 위협하며 새로운 갈등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요나라는 고려와의 대규모 전쟁을 마친 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북방의 강국으로서 동북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주도하고 있었다. 각국은 군사적 충돌을 피하면서도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취했다.

비잔티움 제국에서는 1034년 황제 로마노스 3세가 사망하고 미카엘 4세가 즉위하는 권력 교체가 일어났다. 로마노스 3세의 죽음은 의문스러운 점이 많았으며, 황후였던 조에가 자신의 연인이었던 미카엘 4세를 황제로 옹립하기 위해 개입했다는 설이 유력하게 제기되었다. 새로 즉위한 미카엘 4세는 조에와 결혼하여 제국의 통치권을 장악했으나, 건강 문제와 내부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통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시기 비잔티움 제국은 동방에서 이슬람 세력의 반격에 직면하며 제국의 국경 방어에 부심하고 있었다.

유럽의 북방 지역인 스코틀랜드 왕국에서는 맬컴 2세가 사망하고 그의 외손자인 덩컨 1세가 왕위를 계승하였다. 맬컴 2세는 스코틀랜드의 여러 부족을 통합하고 왕권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 인물이었으나, 그가 사망한 후 왕위 계승을 둘러싼 불안 요소는 여전히 존재했다. 덩컨 1세의 즉위는 훗날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의 역사적 모티프가 되는 사건들의 시발점이 되었으며, 스코틀랜드 내부의 세력 다툼이 심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슬람 세계를 포함한 중동 지역에서는 셀주크 튀르크 세력이 점차 세력을 확장하며 기존의 아바스 왕조와 부와이 왕조의 영향력을 위협하고 있었다. 1034년경 셀주크 일파는 중앙아시아에서 서진하며 페르시아 지역으로 진출할 발판을 마련하고 있었으며, 이는 장차 중동의 정치 지형을 뒤흔드는 거대한 변화의 전조였다. 문화적으로는 이슬람 황금기의 유산이 지속되어 천문학, 수학, 의학 등 다양한 학문적 성과가 축적되었고, 이러한 지식은 훗날 유럽으로 전파되어 중세 문명 발전에 기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