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야화(아라비안 나이트)》의 두 번째 주요 이야기는 '어부와 마신(The Fisherman and the Jinni)'이다. 이 이야기는 셰에라자드가 잔혹한 샤리아르 왕에게 들려주는 첫 번째 이야기인 '상인과 마신'에 이어지는 서사로, 천일야화 특유의 액자식 구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에피소드이다. 가난하지만 신앙심 깊은 노인 어부와 솔로몬 왕에게 갇힌 강력한 마신 사이의 대결을 그리고 있으며, 지혜로 위기를 극복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야기는 한 늙고 가난한 어부의 일상에서 시작된다. 어부에게는 하루에 딱 네 번만 그물을 던진다는 자신만의 철칙이 있었다. 어느 날 바다에 나간 어부는 세 번이나 그물을 던졌지만 죽은 당나귀, 진흙이 가득 찬 짐승 뼈, 유리 조각 등 쓰레기만 건져 올리게 된다. 실망한 어부는 신에게 기도를 올린 뒤 마지막 네 번째 그물을 던졌고, 이번에는 솔로몬 왕의 인장이 찍힌 묵직한 놋쇠 항아리를 건져 올린다. 어부가 호기심에 항아리의 뚜껑을 열자 짙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거대하고 흉측한 마신이 나타난다.
항아리에서 풀려난 마신은 어부에게 보답을 하기는커녕 그를 죽이겠다고 위협한다. 마신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과거 솔로몬 왕에게 반역을 저질렀다가 항아리에 봉인되어 바다에 버려진 존재였다. 갇힌 지 처음 수백 년 동안은 자신을 구해주는 자에게 엄청난 부와 권력을 주겠다고 맹세했으나 아무도 오지 않았고, 오랜 세월이 흐르며 분노가 극에 달하게 되었다. 결국 마신은 '지금 이후로 자신을 꺼내주는 자는 잔혹하게 죽여버리되, 죽는 방법만은 선택하게 해주겠다'고 맹세했고, 불운하게도 그 타이밍에 어부가 항아리를 열게 된 것이다.
죽음의 위기에 처한 어부는 물리적인 힘으로는 거대한 마신을 당해낼 수 없음을 깨닫고 기지를 발휘한다. 어부는 마신에게 "당신처럼 거대한 존재가 이렇게 작은 항아리 안에 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는 절대 믿을 수 없다"며 마신을 도발한다. 자신의 능력을 의심받아 자존심이 상한 마신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다시 연기로 변해 항아리 속으로 스스로 들어간다. 그 순간 어부는 재빨리 솔로몬의 인장이 찍힌 뚜껑을 닫아버리고, 마신은 다시 항아리 속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항아리에 갇힌 마신은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엄청난 부를 약속하지만, 어부는 마신의 말을 즉각적으로 믿지 않는다. 이때 어부는 마신에게 '유난 왕과 두반 의사'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배은망덕한 자의 최후가 어떠한지 경고한다. 이처럼 '어부와 마신'은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아랍 문학의 고전적 서사 기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또한, 절대적인 힘의 열세 속에서도 인간의 이성과 기지가 어떻게 폭력과 맹목적인 분노를 이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학적 가치를 지닌다. 이후 어부는 마신의 맹세를 받아낸 뒤 그를 풀어주고, 마신이 알려준 마법의 호수에서 네 가지 색깔의 물고기를 잡아 왕에게 바치며 새로운 모험과 이야기로 서사를 확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