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구 승리투수

1구 승리투수(1-pitch winning pitcher)는 야구 경기에서 구원 투수가 등판하여 단 하나의 공만을 던지고 승리투수가 되는 진기한 기록을 의미한다. 선발 투수는 승리 요건을 갖추기 위해 기본적으로 5이닝 이상을 투구해야 하므로, 이 기록은 전적으로 구원 투수에게만 해당한다. 등판한 투수가 타자를 상대로 초구를 던져 아웃 카운트를 잡은 후, 바로 다음 공격 이닝에서 소속 팀이 역전하거나 결승점을 뽑아내고 그 리드를 경기 종료까지 지켰을 때 성립된다.

이 기록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매우 특정한 상황이 맞물려야 한다. 주로 동점 상황이거나 팀이 뒤지고 있는 이닝의 2아웃 상황에 구원 등판하는 경우가 많다. 투수가 던진 단 하나의 공이 플라이 아웃, 땅볼, 또는 병살타로 이어져 이닝이 종료되어야 한다. 타격에 의한 아웃뿐만 아니라, 초구를 던지는 과정에서 주자의 도루 실패나 견제사로 이닝이 끝나는 경우에도 조건이 충족될 수 있다.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공격에서 소속 팀이 점수를 내어 리드를 잡아야 하며, 해당 투수가 교체된 이후 불펜진이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끝내야만 1구 승리투수 기록이 완성된다.

1구 승리투수는 투수의 압도적인 구위나 기량보다는 경기의 흐름과 운이 크게 작용하여 만들어지는 기록이다. 투수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고, 앞선 투수가 만들어 놓은 상황, 단 한 번의 투구에 아웃을 당해주는 상대 타자, 그리고 직후에 점수를 내주는 팀 타선의 도움 등 삼박자가 완벽하게 일치해야 한다. 따라서 야구 역사상 퍼펙트게임이나 노히트 노런 못지않게 발생 빈도가 매우 낮으며, 팬들과 언론 사이에서는 종종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승리'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프로야구(KBO) 역사상 최초의 1구 승리투수는 1990년 9월 9일 해태 타이거즈의 송유석이 빙그레 이글스를 상대로 기록했다. 이후 수십 년의 KBO 역사 속에서도 20여 차례 정도밖에 나오지 않았을 만큼 희귀한 기록이다. 메이저리그(MLB)와 일본프로야구(NPB) 등 해외 리그에서도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진기록으로 취급된다. 이와 유사한 형태의 파생 기록으로는 단 1구만을 던지고 결승점을 헌납하여 패전투수가 되는 '1구 패전투수'나, 1구만으로 세이브 요건을 채우는 '1구 세이브' 등이 있으며, 이는 모두 현대 야구의 세분화된 기록 체계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