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유어 아이즈 온리》(For Your Eyes Only)는 1981년에 개봉한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12번째 영화다. 이안 플레밍의 동명 단편집에 수록된 두 개의 단편 'For Your Eyes Only'와 'Risico'를 주요 바탕으로 각색되었다. 로저 무어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다섯 번째 작품이며, 이전까지 시리즈의 편집 및 제2보조 감독을 담당했던 존 글렌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전작인 《007 문레이커》(1979)가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과장된 SF 요소를 강조했던 것과 달리, 이 작품은 초창기 007 시리즈의 현실적인 첩보물로 회귀했다는 점에서 시리즈 내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영화의 줄거리는 영국의 정보 수집함 세인트 조지 호가 기뢰에 부딪혀 침몰하면서 시작된다. 이 배에는 영국의 핵잠수함을 조종할 수 있는 극비 미사일 유도 장치인 'ATAC'가 실려 있었다. 제임스 본드는 소련의 손에 이 장치가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투입된다. 사건을 추적하던 중 본드는 부모가 암살당해 복수를 다짐하는 여성 멜리나 해블록을 만나게 되고, 그녀와 함께 사건의 배후를 파헤친다. 당초 아군으로 여겨졌던 그리스의 부호 아리스토틀 크리스타토스가 실제로는 ATAC를 탈취해 소련에 팔아넘기려는 악당임이 밝혀지며, 본드는 크리스타토스의 라이벌인 밀로스 콜롬보와 연합하여 그리스의 험준한 메테오라 절벽에서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비현실적인 특수 무기나 만화적인 악당을 배제하고 현실적인 액션과 스릴러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본드는 첨단 자동차나 다용도 가젯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신체 능력과 기지를 발휘하여 위기를 탈출한다. 스키 추격전, 수중 격투, 카체이싱 등 영화에 등장하는 액션 시퀀스들은 대부분 CG 없이 아날로그 스턴트로 위험하게 촬영되어 높은 긴장감을 선사한다. 특히 영화 후반부 깎아지른 듯한 메테오라의 수직 절벽을 맨몸으로 등반하는 장면은 시리즈를 통틀어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등장인물들의 입체적인 묘사도 돋보인다. 로저 무어는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특유의 가벼운 유머를 줄이고 보다 진지하고 냉혹한 요원으로서의 면모를 부각시켰다. 캐롤 부케가 연기한 멜리나 해블록은 전통적인 본드걸의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석궁을 무기로 사용하며 주체적으로 자신의 복수를 실행하는 강인한 여성 캐릭터로 그려졌다. 또한, 토폴이 연기한 밀로스 콜롬보는 악당으로 오인받지만 결국 본드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매력적인 인물로 극에 활력을 더했다.
영화의 음악과 흥행 성적 역시 훌륭했다. 빌 콘티가 음악 감독을 맡았으며, 팝 가수 쉬나 이스턴이 부른 주제곡 'For Your Eyes Only'는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오르고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지명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쉬나 이스턴은 007 시리즈 역사상 유일하게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가수로 기록되어 있다. 상업적으로도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며, 첩보물 본연의 현실 노선으로의 변경이 관객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음을 증명한 작품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