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번 죄수(Prisoner Zero)는 영국의 SF 드라마 《닥터후》에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이자 범죄자다. 11대 닥터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The Eleventh Hour(누더기 닥터)'에서 주요 악역으로 등장하며, 차원 사이의 균열을 통해 탈옥한 다형태(Multiform) 생물이다. 이 생물체는 본래 아트락시(Atraxi)라는 은하계 간 경찰 조직에 의해 감금되어 있었으나, 시공간의 균열을 이용해 어린 아멜리아 폰드의 집 벽 속에 숨어들었다.
0번 죄수는 형체가 일정하지 않은 변신 생명체로, 타인과 정신적 연결을 맺어 그 대상의 외형을 완벽하게 복제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생존을 위해 주변 생명체의 의식 속에 잠입하며,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나 개와 같은 동물 등 다양한 형태로 변신할 수 있다. 변신한 형태는 겉보기에 원본과 매우 흡사하지만, 복제된 대상의 특징이 기괴하게 뒤섞이거나 인간의 입에서 개의 짖는 소리가 나는 등 불완전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작중에서 0번 죄수는 아멜리아 폰드의 집 벽에 생긴 균열 뒤에 숨어 약 12년 동안 은신했다. 이후 재생성 직후의 닥터와 성인이 된 에이미 폰드 앞에 다시 나타나 위협을 가한다. 그를 추적하던 아트락시는 인류에게 "0번 죄수가 항복하지 않으면 지구를 소멸시키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낸다. 닥터는 0번 죄수가 변신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정신적 연결을 역이용하여, 그가 변신한 인물의 이미지를 전 세계 통신망에 유포함으로써 아트락시가 그를 식별하고 다시 체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0번 죄수는 단순한 일회성 악역을 넘어, 11대 닥터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설정인 '침묵(The Silence)'의 존재를 처음으로 언급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체포되기 직전 0번 죄수는 닥터에게 "침묵이 도래할 것이다(Silence will fall)"라는 경고를 남기며, 향후 전개될 거대한 사건의 서막을 알렸다. 이는 시리즈의 중심 설정인 우주의 균열과 판도리카 사건 등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단초가 되었다.
0번 죄수의 본모습은 거대한 눈과 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길쭉한 뱀 혹은 장어와 유사한 형상을 하고 있다. 드라마 내에서는 주로 인간의 형상을 빌려 등장하지만, 본래의 형태는 매우 기괴하고 위협적인 외형을 지닌 것으로 묘사된다. 타인의 기억과 의식을 훔쳐 형태를 유지한다는 공포스러운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11대 닥터의 여정을 시작하는 첫 번째 적수로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