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치(後置)란 언어학적 측면에서 특정 언어 요소가 그와 관련된 다른 요소의 뒤에 놓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넓게는 문법 성분의 순서가 바뀌어 뒤에 위치하는 도치 현상을 포괄하며, 좁게는 체언 뒤에 결합하여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거나 의미를 더해주는 후치사(postposition)의 활용을 뜻한다. 한국어와 같은 교착어에서는 문장 성분의 위치가 비교적 자유로워 강조나 부연 설명을 위해 특정 성분을 문장의 본래 위치보다 뒤로 보내는 후치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후치사는 명사나 대명사 뒤에 위치하여 해당 단어의 격을 결정하거나 특별한 의미를 더해주는 품사적 기능을 수행한다. 이는 영어의 전치사(preposition)가 명사 앞에 오는 것과 대조적인 특징이다. 한국어의 조사는 대표적인 후치 요소로 분류되며, 일본어, 터키어, 힌디어 등에서도 이러한 후치사적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러한 언어들은 대개 '주어-목적어-서술어(SOV)'의 어순을 따르는 경향이 있으며, 후치 요소는 문장의 논리적 구조를 완결하는 역할을 한다.
수사학이나 문장론에서의 후치는 문장의 핵심적인 내용을 먼저 제시한 뒤, 생략되었거나 보충이 필요한 성분을 나중에 덧붙이는 기법으로 사용된다. 이는 독자나 청자의 주의를 집중시키거나 문장에 긴장감과 여운을 남기는 효과를 준다. 특히 구어체에서는 화자의 생각의 흐름에 따라 서술어를 먼저 발화하고, 주어나 목적어, 부사어 등을 뒤에 배치하는 방식이 흔히 나타나는데, 이는 정보의 즉각적인 전달과 심리적 강조를 목적으로 한다.
한국어 문법에서 후치 현상은 주로 도치법의 범주 안에서 다루어진다. 표준적인 문장 구조에서는 서술어가 문장의 맨 끝에 위치하는 것이 원칙이나, 감정의 표출이나 상황의 긴박함을 표현하기 위해 서술어 뒤에 다른 성분을 배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먹었니, 밥은?"과 같은 문장은 "밥은 먹었니?"라는 표준 어순보다 목적어인 '밥'을 나중에 제시함으로써 대화의 초점을 재확인시키는 기능을 한다. 또한 한국어 조사는 그 자체가 후치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단어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핵심적인 문법 표지로 작용한다.
언어 유형론적 관점에서 후치의 발달은 해당 언어의 정보 처리 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치사를 사용하는 언어는 핵심 정보를 앞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후치를 주로 사용하는 언어는 문장의 끝에서 전체적인 의미가 완성되는 구조를 취한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는 언어권별 사고방식이나 표현의 기교에 차이를 만드는 근거가 되며, 현대 언어학에서는 이를 통해 각 언어의 계통적 분류와 구조적 특징을 분석하는 중요한 지표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