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 허상 항적 사건은 1974년 12월 대한민국 해군이 서해상에서 정체불명의 항적을 포착하고 대응 사격을 가했으나, 실제 물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진 해상 사건이다. 당시 남북 관계의 긴장이 극도로 높았던 상황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현대 레이더 기술의 한계와 특이 기상 현상에 의한 오작동 사례로 중요하게 기록되어 있다. 군 당국은 이를 북한의 간첩선이나 고속 정찰선의 도발 징후로 판단하고 즉각적인 전투 태세에 돌입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실체 없는 유령 항적과 대치한 셈이 되었다.
1974년 12월 14일 밤, 서해안 전방을 감시하던 레이더에 시속 40노트 이상의 고속으로 이동하는 여러 개의 항적이 포착되었다. 해당 항적은 대한민국 영해를 침범하여 내륙 방향으로 빠르게 접근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그 기동 방식이 매우 정교하여 북한의 고속 간첩선으로 오인될 소지가 충분했다. 이에 해군 함정들이 긴급 출격하고 해안 포병 부대까지 비상 대기 상태에 들어갔으며, 항적이 포착된 지점을 향해 집중적인 함포 사격이 가해졌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한 함정들은 어떠한 선박이나 파편도 발견하지 못했고, 육안으로 확인되는 목표물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사건의 과학적 원인은 훗날 '대기 덕팅(Ducting) 현상'에 의한 레이더 허상으로 규명되었다. 기온 역전층이 형성되어 대기 밀도가 불균일해지면 레이더 전파가 대기 중에 굴절되거나 가두어져, 실제로는 아주 멀리 떨어진 지형이나 파도를 바로 앞에 있는 물체처럼 인식하게 된다. 특히 겨울철 서해안은 대기가 안정되고 기온 차가 커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었다. 레이더 화면상에는 분명히 고속으로 기동하는 물체의 궤적이 나타났으나, 이는 물리적인 실체가 아니라 전파의 이상 굴절이 만들어낸 가상의 항적이었다.
이 사건은 한국군에게 레이더 운용 및 데이터 판독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당시 북한의 대남 도발이 빈번했던 시기적 특성상 레이더상의 신호를 적의 침투로 즉각 간주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 사건을 통해 자연 현상이 군사적 판단에 중대한 오류를 일으킬 수 있음을 체득하게 되었다. 이후 해군과 공군은 기상 조건에 따른 레이더 오작동 가능성을 교육 과정에 포함시켰으며, 장비의 정밀도를 높이고 육안 확인과 다각적 교차 검증 절차를 강화하는 등 과학적인 감시 체계를 재정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