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천의는 천체의 위치를 측정하는 천문 관측 기구로, '혼의' 또는 '선기옥형'이라고도 불린다. 고대 중국에서 시작되어 동아시아 전역에서 사용되었으며, 한국에서는 삼국 시대부터 그 기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선 시대에 이르러 세종의 명으로 정초, 박연, 김진 등이 제작에 참여하여 독자적인 형태를 갖추게 되었으며, 이는 조선의 천문학 수준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혼천의의 구조는 여러 개의 동심원 고리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바깥쪽에는 지평선을 상징하는 지평환과 남북 방향을 가리키는 자오환이 고정되어 있으며, 안쪽으로는 적도환과 황도환 등이 층층이 겹쳐져 회전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중심부에는 천체를 관측하는 통인 규관이 설치되어 있어, 이 기구를 통해 해와 달, 그리고 별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었다. 이는 하늘이 둥글고 땅이 평평하다는 고대 동아시아의 우주관인 '혼천설'을 형상화한 모형이기도 하다.
혼천시계는 이러한 혼천의에 기계식 시계 장치를 결합하여 시간의 변화에 따라 혼천의가 자동으로 회전하도록 만든 천문 시계다. 조선 현종 10년(1669년)에 관상감 교수였던 송이영이 제작한 혼천시계가 가장 대표적인 유물로 꼽힌다. 이는 시계의 동력을 이용해 혼천의를 천체의 일주 운동에 맞춰 하루에 한 바퀴씩 회전하게 함으로써, 단순한 관측 기구였던 혼천의를 자동 연동 장치로 발전시킨 사례다.
송이영의 혼천시계는 서양식 자명종의 원리와 동양의 전통적인 시계 제작 방식을 조화시킨 독창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두 개의 커다란 추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데, 추가 서서히 내려오면서 톱니바퀴를 돌려 시각을 알려주는 타종 장치를 가동하고 동시에 혼천의를 회전시킨다. 특히 시계 내부에는 여러 개의 쇠구슬이 굴러가며 정해진 시간마다 타종을 유도하는 복잡한 기계 장치가 포함되어 있어, 당시 조선의 정교한 기계 공학적 기술력을 입증한다.
혼천의와 혼천시계는 조선 시대 과학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받는다. 이는 단순히 하늘을 관찰하는 것을 넘어, 농경 사회에서 필수적이었던 정확한 역법 계산과 시간 측정을 가능하게 하였다. 특히 서양의 기계식 시계 기술을 수용하면서도 이를 동양적인 천문 체계와 결합한 송이영의 혼천시계는 세계 과학사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보 제230호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