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姮娥)는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달의 여신으로, 상아(嫦娥)라고도 불린다. 본래 천계의 인물이었으나 남편인 영웅 예(羿)와 함께 지상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달에 머물게 된 전설의 주인공이다. 한나라 문제(文帝)의 이름인 유항(劉恆)의 휘(諱)를 피하기 위해 상아로 개칭되었다는 기록이 전해지며, 오늘날까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달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각인되어 있다.
전설에 따르면 태고 시대에 열 개의 해가 동시에 떠올라 지상의 생명이 위태로울 때, 명사수 예가 아홉 개의 해를 쏘아 떨어뜨려 인류를 구했다. 그 공로로 예는 서왕모(西王母)로부터 한 사람만 먹으면 신선이 되어 승천하고, 둘이 나누어 먹으면 불로장생할 수 있는 불사약(不死藥)을 받았다. 그러나 예가 집을 비운 사이 항아가 이 약을 혼자 모두 복용하게 되었고, 몸이 가벼워진 그녀는 남편을 두고 홀로 하늘로 떠올라 달의 궁전인 광한궁(廣寒宮)에 정착하게 되었다.
항아는 전통적으로 절세미인의 형상으로 묘사되며, 달에서 떡방아를 찧는 옥토끼(玉兎)와 함께 있는 모습으로 자주 그려진다. 초기 신화의 일부 판본에서는 불사약을 훔친 벌로 추한 두꺼비(蟾蜍)로 변했다는 이야기도 존재하나, 후대로 갈수록 도교적 영향과 문학적 상상력이 더해져 우아하고 신비로운 여신의 이미지가 정착되었다. 그녀가 거처하는 달은 차갑고 적막한 공간으로 인식되어, 항아는 흔히 고독과 그리움, 혹은 지상의 연인을 그리워하는 슬픈 여인의 상징으로 통용된다.
항아 전설은 동아시아의 중요한 명절인 중추절(추석)의 유래와 깊은 연관이 있다. 중국에서는 중추절 밤에 달을 향해 제사를 지내며 항아의 평안과 가족의 화목을 기원하는 풍습이 전해 내려온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중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 명칭인 ‘창어(嫦娥) 계획’에 그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신화적 존재가 과학 기술 분야의 상징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문학적으로도 항아는 수많은 시가와 소설의 소재가 되었다. 당나라 시인 이상은(李商隱)은 시 ‘상아’를 통해 그녀의 영원한 고독을 노래했으며, 소설 ‘서유기’에서는 천계의 절세가인으로 등장하여 저팔계가 그녀를 희롱한 죄로 지상에 유배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처럼 항아는 단순한 신화 속 인물을 넘어 동양적 미의식과 정서를 대변하는 중요한 문화적 원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