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패는 '한국어 패치'의 줄임말로, 공식적으로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 비디오 게임이나 소프트웨어를 사용자들이 직접 번역하여 한국어로 즐길 수 있도록 제작한 수정 파일을 의미한다. 주로 해외 개발사가 제작한 게임을 대상으로 하며, 텍스트뿐만 아니라 폰트 제작, 이미지 수정, 때로는 더빙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현지화 작업을 일컫는다. 이는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접근하기 어려웠던 양질의 콘텐츠를 국내 이용자들에게 소개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제작 과정은 크게 기술 지원, 번역, 검수로 나뉜다. 기술 지원 담당자는 게임의 데이터 파일을 분석하여 텍스트를 추출하고, 다시 게임 내에 삽입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거나 적합한 한글 폰트를 제작한다. 번역가는 추출된 원문을 한국어 문맥에 맞게 옮기며, 검수자는 오역이나 오타를 수정하고 게임 내 출력 상태를 최종적으로 확인한다. 과거에는 소수의 실력 있는 해커와 번역가가 팀을 이루어 폐쇄적으로 진행했으나, 최근에는 깃허브나 구글 스프레드시트 등을 활용한 불특정 다수의 참여형 프로젝트로 변화하는 추세다.
한패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해당 게임의 국내 인지도를 높여 공식 한국어 지원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파급 효과를 낳기도 한다. 팬들이 만든 패치의 완성도가 높아 개발사가 이를 공식적으로 채택하거나, 한국 시장의 수요를 확인한 개발사가 후속작부터 정식 한국어화를 결정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또한 공식 번역이 존재하더라도 번역의 질이 낮을 경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용자들이 자체적으로 '교정 패치'를 제작하기도 한다.
저작권 측면에서 한패는 복잡한 위치에 있다. 게임 데이터를 변조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나, 대다수의 개발사와 배급사는 팬들의 열정을 존중하고 마케팅 효과를 고려하여 이를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패치 제작자가 영리적 이득을 취하거나, 번역 데이터가 불법 복제 판본 유포에 악용되는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제작 팀은 정품 구매를 권장하며 패치 파일만을 배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최근 글로벌 플랫폼의 확대로 공식 한국어 지원 게임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텍스트의 RPG나 인디 게임, 판권이 복잡한 고전 게임 분야에서는 여전히 한패의 역할이 중요하다. 인공지능 번역 기술의 발전은 초벌 번역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며 제작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한패는 게이머들의 집단 지성이 발휘되는 독특한 서브컬처이자, 디지털 환경에서의 자발적인 현지화 활동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