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스의 하얀 실

'피어스의 하얀 실'은 귀를 뚫는 행위(피어싱)와 관련하여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널리 퍼진 유명한 도시괴담이다. 귀를 뚫은 자리에 튀어나온 정체불명의 하얀 실을 잡아당겼다가 실명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핵심 내용으로 한다. 주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청소년들 사이에서 귀를 뚫는 유행이 번지면서 학생들을 중심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널리 유행했다.

이 괴담의 구체적인 서사는 다음과 같다. 귀를 뚫고 난 후 상처가 아물던 중, 귀걸이를 뺀 구멍에서 가느다란 하얀 실 같은 것이 삐져나온 것을 발견한다. 무심코 그 실을 잡아당기면 '툭' 하는 느낌이나 소리와 함께 실이 끊어지고, 그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며 시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괴담에서는 이 하얀 실의 정체가 눈과 연결된 '시신경'이라고 주장하며, 시신경이 귀를 지나가기 때문에 귀를 잘못 뚫으면 실명할 수 있다는 공포를 조장한다.

그러나 의학적, 해부학적 관점에서 이 이야기는 완전히 허구이다. 시신경은 안구의 망막에서 시작하여 두개골 내부를 거쳐 뇌의 시각 겉질로 직접 연결되는 굵은 신경 다발이다. 시신경은 뇌의 안쪽 깊숙한 경로를 통과하므로 두개골 외곽인 귓불이나 귓바퀴 등 피부 표면 부위로는 절대 지나가지 않는다. 따라서 귀를 뚫는 피부 관통 행위가 시신경을 건드리거나, 시신경이 귓구멍 밖으로 빠져나오는 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괴담 속 '하얀 실'의 실제 정체는 귀를 뚫은 상처 부위에서 발생하는 피지, 각질, 땀, 고름 등의 피부 분비물이다.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에서 표피낭종이 생기거나 모공에 피지가 뭉친 후 좁은 피어싱 구멍을 통해 밖으로 밀려나올 때, 그 모양이 마치 얇고 긴 하얀 실처럼 보일 수 있다. 이는 특유의 악취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억지로 짜내거나 잡아당길 경우 통증과 염증, 2차 감염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시력과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

이러한 도시괴담이 탄생하고 유행하게 된 배경에는 청소년들의 일탈을 막으려는 기성세대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10대들 사이에서 미용 목적의 귀뚫기가 유행하자, 비위생적인 시술로 인한 감염 위험을 경고하고 학생들의 단정함을 유지하려는 학부모나 교육계의 훈육 목적이 과장된 공포심 조장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재는 기초적인 해부학 지식의 보급으로 인해 사실이 아님이 명백히 밝혀졌으며, 과거의 흥미로운 시대적 괴담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