펨토(femto)는 국제단위계(SI)에서 10의 -15승(1,000조분의 1)을 나타내는 수량 접두어이다. 기호는 소문자 'f'를 사용한다. 이 명칭은 15를 뜻하는 덴마크어와 노르웨이어의 '펨텐(femten)'에서 유래하였다. 펨토는 1964년 제12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아토(atto, 10의 -18승)와 함께 공식적인 단위 접두어로 채택되었다.
길이의 단위인 펨토미터(fm)는 소립자와 원자핵의 크기를 다루는 미시 세계의 물리적 척도로 주로 사용된다. 1펨토미터는 10의 -15승 미터에 해당하며, 이는 원자핵의 대략적인 크기와 일치한다. 과거 핵물리학 분야에서는 이 단위를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의 이름을 따서 '페르미(fermi)'라고 부르기도 하였으나, 현재는 국제 표준에 따라 펨토미터로 통칭한다. 양성자의 반지름이 약 0.84~0.87펨토미터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펨토미터가 얼마나 작은 물리적 규모인지 가늠할 수 있다.
시간의 단위인 펨토초(fs)는 10의 -15승 초를 의미하며, 이는 빛이 진공 상태에서 약 0.3마이크로미터(μm)를 이동하는 데 걸리는 극히 짧은 시간이다. 펨토초 단위의 기술은 화학 반응 중에 원자와 분자가 어떻게 결합하고 분리되는지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게 하였다. 이를 연구하는 분야를 '펨토화학(femtochemistry)'이라 하며, 이 분야의 선구자인 아메드 즈웨일은 1999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며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펨토초 레이저의 등장은 초고속 현상을 포착하는 사진술과 분자 동역학 연구에 혁신을 가져왔다.
현대 기술에서 펨토초 레이저는 의료 및 정밀 공학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펨토초 레이저는 펄스의 지속 시간이 극도로 짧기 때문에 에너지가 주변 조직이나 재료로 확산되어 열 손상을 일으키기 전에 가공을 완료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안과의 라식 수술이나 백내장 수술 시 각막을 정교하게 절개하는 데 사용되며, 반도체 웨이퍼의 미세 가공 및 초정밀 금속 절삭 공정에서도 필수적인 도구로 활용된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펨토를 넘어 아토초(attosecond) 단위의 연구로까지 나아가고 있으나, 펨토 기술은 여전히 현대 물리학과 공학의 중추적인 토대를 형성하고 있다. 광통신에서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거나 극초단 펄스를 이용한 신호 처리를 구현하는 등 펨토 단위의 제어 능력은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처럼 펨토는 보이지 않는 미시적 세계와 찰나의 순간을 인류가 통제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