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라이어(Warhammer 40,000)

워해머 40,000(Warhammer 40,000) 세계관에서 퍼라이어(Pariah)는 '공허한 자(Blank)' 또는 '언터처블(Untouchable)'로도 불리는 극도로 희귀한 인간 변종을 지칭한다. 이들은 일반적인 지성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영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독특한 특성을 가진다. 워프(Warp)는 영혼의 반영이자 근원인데, 영혼이 없는 퍼라이어는 워프와 현실 우주 사이에서 거대한 구멍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들은 워프의 에너지를 중화하거나 차단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 사이커(Psyker)들에게는 존재 자체가 치명적인 위협이자 혐오의 대상이다.

퍼라이어의 존재는 주변의 생명체들에게 본능적인 거부감과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영혼이 있는 평범한 인간들은 퍼라이어와 근거리에 있을 때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감, 메스꺼움,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불쾌감을 느낀다. 사이커들에게 이 효과는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나며, 단순히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을 겪거나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퍼라이어는 사회적으로 철저히 소외되며, 많은 경우 어린 시절에 공동체에서 추방당하거나 살해당하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한다.

인류 제국은 이들의 특수한 능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특정 기관들을 운영한다. 대표적인 예가 암살청(Officio Assassinorum) 소속의 쿨렉서스 템플(Culexus Temple)이다. 쿨렉서스 어쌔신은 퍼라이어 중에서도 극소수의 재능 있는 자들을 선별하여 혹독한 훈련과 특수 장비를 통해 인간 대(對) 사이커 병기로 개조한 존재들이다. 또한, 황제의 직속 부대인 침묵의 자매들(Sisters of Silence) 역시 퍼라이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카오스의 위협과 배반자 사이커들을 사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설정의 역사적 관점에서 '퍼라이어'라는 명칭은 과거 네크론(Necron) 진영의 특정 병종을 지칭하기도 했다. 과거 설정에서 네크론 퍼라이어는 퍼라이어 유전자를 가진 인간을 포획하여 네크론의 기술로 개조한 사이보그 병사였다. 이들은 네크론의 금속 신체와 퍼라이어의 대(對) 사이커 능력을 동시에 보유한 강력한 존재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설정의 개편이 이루어지면서 현재의 공식 설정에서 네크론 퍼라이어 유닛은 삭제되었으며, 현재는 주로 인류 중 영혼이 없는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굳어졌다.

은하계 전반에서 퍼라이어의 가치는 매우 높다. 카오스 세력과 워프의 오염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퍼라이어는 그 오염을 정화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학적 방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조절하기 전까지는 주변 모든 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이기에, 제국의 검은선(Black Ships)에 의해 수거되어 엄격히 통제된 환경에서 관리된다. 이들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도구로 취급받으면서도, 동시에 영혼이 없다는 이유로 인류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모순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