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초선은 파초의 잎을 본떠 만들거나 실제 파초 잎을 재료로 하여 만든 부채를 의미한다. 파초는 파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잎이 매우 넓고 커서 예부터 동양에서는 그 잎을 그대로 말려 부채로 사용하거나 그 모양을 본뜬 부채를 제작하여 사용했다. 파초선은 부채의 면이 넓어 바람이 매우 시원하게 일어나며, 특유의 이국적이고 시원한 외형 덕분에 여름철을 상징하는 기물로 여겨졌다.
한국의 전통문화 속에서 파초선은 선비들이 애용하던 풍류의 도구였다. 파초는 겨울에 잎이 말라 죽은 것처럼 보여도 이듬해 봄에 다시 새순이 돋아나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 선비들은 이를 절개와 재생의 상징으로 여겼다. 이에 따라 파초를 마당에 심고 감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파초 잎의 선을 살려 만든 부채를 들고 다니며 무더위를 식히는 것을 격조 있는 행위로 보았다.
문학적 측면에서 파초선은 중국의 고전 소설인 '서유기'를 통해 신비로운 능력을 갖춘 보패로 널리 알려졌다. 소설 속 화염산의 거센 불길을 잡기 위해 손오공이 철선공주로부터 빌리려 했던 도구가 바로 파초선이다. 여기에서 파초선은 한 번 휘두르면 불이 꺼지고, 두 번 휘두르면 바람이 일며, 세 번 휘두르면 비가 내리는 강력한 신통력을 가진 물건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영향으로 파초선은 대중 문화 속에서 신비한 힘을 가진 도구라는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도교와 민속 신앙에서도 파초선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도교의 여덟 신선 중 한 명인 종리권이 항상 파초선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이때의 파초선은 단순한 부채가 아니라 죽은 사람의 영혼을 되살리거나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파초선은 실생활에서의 실용적인 도구를 넘어 예술, 문학, 종교적 상징물로서 동양 문화권 전반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