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조크급 보급함

파조크급 보급함(Pajok-class)은 구소련 해군이 대양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건조하고 운용했던 대형 보급함으로, 프로젝트 1559V '보리스 칠리킨(Boris Chilikin)'급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 함급은 1970년대 초반부터 취역하기 시작하였으며, 당시 소련 해군이 연안 방어 중심에서 벗어나 전 세계 대양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던 시기에 함대의 지속적인 작전 능력을 보장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NATO 코드명으로는 '보리스 칠리킨' 또는 '판요크(Panyok)'로 불리기도 하는데, 한국 내 일부 자료나 번역 과정에서 '파조크'라는 명칭으로 통용되기도 한다.

함정의 설계적 특성을 살펴보면, 만재 배수량은 약 22,460톤에 달하며 전장은 약 162미터, 전폭은 약 21미터에 이르는 대형 선체를 가지고 있다. 추진 시스템은 디젤 엔진 1기를 사용하여 약 16노트의 순항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전투함과 나란히 항해하며 물자를 보급하기에 적절한 속도이며, 대형 화물창과 유류 저장 탱크를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방대한 양의 군수물자를 적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주요 임무는 함대 유격대나 항공모함 전단에 필요한 함정용 연료, 항공유, 윤활유, 식수 등의 액체 화물과 식량, 소모성 부품 등의 고체 화물을 보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함정의 중앙부에는 해상 보급(RAS, Replenishment at Sea)을 위한 복수의 스테이션이 설치되어 있다. 항행 중에도 수신함과 케이블 및 호스를 연결하여 유류와 물자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으며, 이는 보급을 위해 함대가 작전 구역을 이탈하거나 항구에 입항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크게 줄여주었다.

무장 측면에서는 보급함이라는 특성상 강력한 공격용 무기보다는 자가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장비를 갖추고 있다. 초기에는 57mm 2연장 함포 2문과 AK-630 근접방어무기체계(CIWS)를 장착하여 대공 및 대함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운용 시기와 함정에 따라 무장 구성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또한 대잠 헬리콥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플랫폼을 보유하여 물자 수송 및 대잠 경계 임무를 보조하기도 했다.

파조크급 보급함은 냉전기 소련 해군의 북해 함대, 태평양 함대, 흑해 함대 등 주요 함대에 배치되어 세계 곳곳의 바다에서 활약하였다. 소련 붕괴 이후에도 러시아 해군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상당 기간 현역을 유지하였으며, 일부 함정은 현대화 개수를 거쳐 21세기까지도 임무를 수행하였다. 이 함급은 단순한 지원함을 넘어 소련 및 러시아 해군이 원거리 투사 능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한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