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 폰 오베르슈타인(Paul von Oberstein)은 다나카 요시키의 SF 소설 '은하영웅전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이자 은하제국의 정치가, 군인이다.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의 최측근 참모로서 로엔그람 왕조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으며, 이후 초대 군무상서 자리에 올라 제국의 기틀을 다졌다. 선천적인 시각 장애로 인해 인공 의안을 착용하고 있으며, 감정을 철저히 배제한 채 논리와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냉혹한 성격 탓에 '드라이아이스의 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구 은하제국 골덴바움 왕조의 열악한 사회 구조와 비효율적인 귀족 정치를 혐오했으며, 이를 타파하기 위해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라는 개인의 천재성에 주목했다. 오베르슈타인은 라인하르트에게 접근하여 그의 패업을 돕는 대가로 구체제의 몰락을 요구했으며, 이후 라인하르트의 유일한 참모장으로서 수많은 책략을 입안했다. 그는 도덕이나 명예보다 승리와 결과라는 실질적인 이득을 중시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난과 원한을 기꺼이 감내하는 태도를 보였다.
오베르슈타인의 냉혹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베스터란트 사건'이다. 그는 귀족 연합군 내부의 자중지란을 유도하고 전쟁을 조기에 종결시키기 위해, 귀족 측에 의한 행성 대량 학살을 방조할 것을 라인하르트에게 진언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으나 결과적으로 내전은 급격히 종결되었다. 그는 "소수의 희생으로 다수의 생명을 구한다"는 극단적인 공리주의적 사고방식을 고수하며, 라인하르트가 도덕적 결벽증에 빠지지 않고 냉정하게 권력을 장악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는 조직 내에서 다른 장수들과 사적인 친분을 전혀 맺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들의 반감을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미터마이어, 로이엔탈 등 라인하르트 휘하의 주요 장성들은 그를 음침한 책략가로 경계하고 혐오했으나, 오베르슈타인은 이를 개의치 않고 제국의 안정을 위해 잠재적 위협 요소를 제거하는 데 몰두했다. 그는 황제에게 집중된 권력을 보호하면서도, 동시에 황제 개인의 감정이 국정에 미칠 악영향을 경계하는 등 철저하게 국가 시스템의 안정만을 목적으로 행동했다.
오베르슈타인의 사생활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으나, 길 잃은 노견을 데려다 기르며 정성껏 돌보았다는 일화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유일한 단서로 꼽힌다. 그는 황제 라인하르트의 서거 직전, 지구교도의 테러로 인한 부상과 지병이 겹쳐 사망했다.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그는 자신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였으며, 유언으로 키우던 개에게 고기를 주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로엔그람 왕조의 가장 어두운 곳에서 필요악의 역할을 수행한 인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