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라샤(Tal Rasha)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게임 시리즈 《디아블로》 세계관에 등장하는 인물로, 성역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법사이자 비밀 결사단 '호라드림'의 창설을 주도한 초대 지도자다. 대천사 티리엘에 의해 소집된 그는 동방의 마법사 부족인 비제레이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정신력과 독보적인 통솔력을 인정받아 다른 마법사들을 이끌고 삼대 악마(메피스토, 바알, 디아블로)를 추적하여 영혼석에 봉인하는 중대한 임무를 수행했다.
호라드림이 맏형 메피스토를 봉인한 후, 파괴의 군주 바알을 추적하여 아라녹 사막에서 격돌했을 때 탈 라샤는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바알의 강력한 저항과 반격으로 인해 그를 가두어야 할 영혼석이 산산조각 났기 때문이다. 가장 큰 조각이라 할지라도 그것만으로는 바알의 강력한 영혼을 영원히 가두기에 역부족이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마력과 정신력을 지닌 필멸자의 육체를 매개체로 삼아 영혼석을 몸에 박아넣어 '살아있는 감옥'이 되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탈 라샤는 주저 없이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심했다. 티리엘은 비통해하며 탈 라샤의 가슴에 바알의 영혼석 조각을 꽂아 넣었고, 그를 사막의 깊은 곳에 위치한 무덤 속 '구속의 제단'에 묶어 봉인했다. 탈 라샤는 단순히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육체 안에서 끊임없이 지배권을 뺏으려는 바알의 사악한 의지와 영겁의 세월 동안 내면의 싸움을 벌여야 하는 가혹한 운명을 받아들였다. 호라드림은 그의 희생을 기리며 진짜 무덤을 숨기기 위해 여섯 개의 가짜 무덤을 함께 조성했다.
하지만 《디아블로 2》의 시점에서 그의 희생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디아블로의 인간 숙주인 어둠의 방랑자가 바알을 해방하기 위해 무덤에 침입했고, 동행했던 마리우스가 바알의 환영과 속임수에 넘어가 탈 라샤의 가슴에 박힌 영혼석을 뽑아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탈 라샤의 육체는 바알에게 완전히 잠식당해 파괴의 군주의 형상으로 변모하였고, 그의 영혼은 소멸하거나 악마에게 흡수된 것으로 추정된다. 비록 비극으로 끝났으나 인류를 위해 영원한 고통을 자처했던 그의 숭고한 정신은 역사에 기록되었으며, 게임 내에서는 원소술사의 최상위 세트 아이템인 '탈 라샤의 수의(Tal Rasha's Wrappings)'를 통해 그 위명이 계승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