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바분

킹 바분(King Baboon spider, 학명: Pelinobius muticus)은 타란툴라과에 속하는 거미로, 주로 동아프리카의 케냐와 탄자니아 지역에 서식한다. 바분 스파이더류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며, 지중성(burrowing) 습성을 지닌 대표적인 종이다. 과거에는 Citharischius muticus라는 학명으로 불렸으나 현재는 Pelinobius 속의 유일한 종으로 재분류되었다. 이들은 건조한 관목지나 초원 지대의 깊은 땅속에 굴을 파고 생활하며, 야행성 포식자로서 생태계의 일원을 담당한다.

신체적 특징으로는 전체적으로 녹이 슨 듯한 붉은 갈색 또는 오렌지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성체의 크기는 다리 경간(leg span)을 포함하여 약 20cm 내외까지 성장할 수 있다. 특히 뒷다리가 다른 다리들에 비해 유난히 굵고 강력하게 발달해 있는데, 이는 땅을 파거나 굴 속에서 몸을 지탱하는 데 최적화된 형태다. 털은 짧고 벨벳 같은 질감을 주며, 신대륙 타란툴라들과 달리 배에 있는 자극성 털을 날리는 방어 기제가 없는 대신 강력한 독니와 위협 행동을 발달시켰다.

성격은 매우 공격적이고 방어적이며, 위협을 느끼면 앞다리를 들고 독니를 드러내는 전형적인 위협 자세를 취한다. 이때 다리와 집게발을 마찰시켜 '쉿' 하는 소리를 내는 마찰음(stridulation)을 발생시키는데, 이는 침입자에게 경고를 보내는 강력한 수단이다. 지중성 거미답게 땅속 깊이 복잡한 터널을 파고 대부분의 시간을 그 안에서 보낸다. 먹이 활동은 주로 굴 입구 근처를 지나가는 곤충, 작은 파충류, 설치류 등을 기습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진동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성장 속도는 다른 타란툴라 종들에 비해 매우 느린 편에 속한다. 성체에 도달하기까지 수년이 걸리며, 이 과정에서 여러 번의 탈피를 거친다. 수명은 암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는데, 수컷은 성체가 된 후 번식을 마치면 수년 내에 사망하지만 암컷은 적절한 환경에서 20년에서 30년까지도 생존할 수 있는 장수 종이다. 이러한 긴 수명과 독특한 외형 덕분에 사육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지만, 성격이 사납고 성장 속도가 느려 사육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킹 바분의 독은 인체에 치명적이지는 않으나, 구대륙 타란툴라답게 독성이 비교적 강한 편에 속한다. 물릴 경우 극심한 통증, 환부의 부종, 근육 경련 및 어지러움이 동반될 수 있으며 증상이 수일간 지속되기도 한다. 이들은 위협을 느꼈을 때 도망치기보다는 즉각적으로 반격하는 성향이 강하므로 다룰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관찰 시에는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고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