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는 수확한 곡식에서 쭉정이, 먼지, 티끌 등의 불순물을 걸러내고 알곡만을 골라내기 위해 사용하는 전통적인 농기구이다. 앞부분은 넓고 평평하며 뒷부분은 좁고 오목하게 들린 'U'자 모양 혹은 말굽 형태를 띠고 있다. 곡물을 고르는 용도 외에도 곡식을 담아 옮기거나 햇볕에 말릴 때 받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재료는 주로 대나무나 버드나무를 사용한다. 대나무가 흔한 남부 지방에서는 대나무를 쪼개어 엮어 만들고, 추운 중북부 지방에서는 고리버들이나 칡덩굴을 엮어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작 과정에서는 바닥을 촘촘하게 엮은 뒤 테두리를 견고하게 마감하여 곡물이 틈새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한다. 지역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가볍고 튼튼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동 원리는 곡물의 무게 차이와 바람을 이용하는 것이다. 곡식을 키에 담고 위아래로 가볍게 흔들거나 까불면, 무거운 알곡은 키의 안쪽으로 모이고 가벼운 쭉정이나 먼지는 바람에 날려 밖으로 떨어져 나간다. 또한 돌이나 흙같이 무거운 이물질은 키를 흔드는 과정에서 앞쪽으로 쏠리게 되어 손으로 쉽게 골라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키질'이라고 부르며,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다.
민속학적으로 키는 부정을 막고 복을 불러오는 도구로 인식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풍습으로 밤에 자다가 오줌을 싼 아이에게 키를 씌워 이웃집에 소금을 얻어 오게 하는 것이 있다. 이는 소금이 지닌 정화의 의미와 키가 알곡과 쭉정이를 가려내듯 나쁜 습관을 털어내라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정월 대보름에는 키를 벽에 걸어 두어 한 해의 풍요를 기원하기도 했다.
오늘날 농업의 기계화와 자동화가 진행됨에 따라 실생활에서 키를 사용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키는 한국 농경 문화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유물로서 보존 가치가 높다. 현재는 주로 민속 박물관의 전시품이나 전통 공예품, 혹은 실내 장식을 위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되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