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엥카

쿠엥카(Cuenca)는 스페인 중부 카스티야라만차(Castilla-La Mancha) 지방 쿠엥카주의 주도이다. 해발 900m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하며, 후카르(Júcar)강과 우에카르(Huécar)강이 흐르는 깊은 협곡 사이의 가파른 바위 능선 위에 세워진 요새 도시이다. 자연 지형을 그대로 활용하여 건설된 독특한 도시 구조와 중세 시대의 모습을 온전하게 간직한 건축물들 덕분에 199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마법의 도시’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으며, 역사적 가치와 험준한 자연 경관이 조화를 이루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명소이다.

이 도시의 역사는 8세기경 이슬람교도인 무어인들이 방어 요새를 건설하면서 시작되었으며, 당시에는 ‘쿤카(Kunka)’라고 불렸다. 천혜의 요새였던 이곳은 1177년 카스티야 왕국의 알폰소 8세가 약 9개월간의 포위 공격 끝에 재정복(레콩키스타)에 성공하면서 기독교 세력의 주요 거점이 되었다. 이후 중세 시대를 거치며 양모 산업과 직물업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고, 16세기까지 경제적 호황이 이어지며 대성당을 비롯한 수많은 종교 건축물과 귀족들의 저택이 건설되어 현재의 도시 경관을 형성하게 되었다.

쿠엥카를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건축물은 ‘매달린 집(Casas Colgadas)’이다. 깎아지른 듯한 우에카르 강 협곡의 절벽 끝에 목조 발코니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14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건물들은 과거에는 시청이나 별장으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스페인 추상미술 미술관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쿠엥카 대성당은 스페인 최초의 고딕 양식 대성당 중 하나로 꼽히며, 초기 고딕 양식과 앵글로-노르만 양식의 특징이 혼합된 독창적인 건축미를 자랑한다.

오늘날 쿠엥카는 단순한 역사 유적지를 넘어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다. 매달린 집 내부의 미술관은 스페인 추상미술의 중요한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어 예술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또한 매년 부활절 주간인 ‘세마나 산타(Semana Santa)’ 기간에는 쿠엥카 종교 음악 주간이 개최되며, 고풍스러운 구시가지의 좁은 골목을 따라 이어지는 엄숙한 종교 행렬은 스페인 내에서도 손꼽히는 종교 축제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한편, 남미 에콰도르 남부에도 동명의 도시인 ‘쿠엥카(산타 아나 데 로스 리오스 데 쿠엥카)’가 존재한다. 에콰도르의 쿠엥카는 1557년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건설되었으며, 스페인 쿠엥카 출신의 총독이 고향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이곳 역시 르네상스 양식의 도시 계획과 식민지 시대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199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따라서 지리적, 역사적 맥락에 따라 스페인의 쿠엥카와 에콰도르의 쿠엥카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